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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52)서울시장 선거 출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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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52)서울시장 선거 출마설

입력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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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유능한 국회의원일수록 정치생명이 짧다는 것이다. 1994년 10월 한 일간지가 국정감사 의원성적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그때 ‘문화체육공보위 베스트 5’에 들어간 의원 중에서 지금까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국내 정치의 현실이자 비극이다.

한번 꼽아보자. 강용식(康容植) 채영석(蔡映錫) 당시 민자당 의원은 각각 21세기방송연구소장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박계동(朴啓東) 의원은 개인택시를 하다가 최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측에 합류했고, 박지원(朴智元)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일찌감치 정치를 그만 둔 나를 제외하고서라도 능력 있는 이들은 계속 국회의원으로 남아있어야 했다.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라면 일단 놀고 먹는 한량으로 취급하지만 의원들 중에는 정말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도서관에 밤 10시까지 남아 공부하는 의원, 자기 소신대로 국회를 끝까지 지키려는 의원들이 알게 모르게 많다.

그런데 이런 의원들일수록 다음 선거에서는 모두 떨어진다. 오히려 자리를 비우고 지역구에 내려가 술만 마신 의원이 당선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가장 하기 편한 것 같다. 지역구 활동을 안 하고 국회에서 의정활동만 열심히 해도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계속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지역 국회의원 사이에서는 ‘한번 못을 잘 박아 놓으면 3, 4선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말도 떠돈다.

오히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국회의원 활동하기가 더 어렵다. 조금만 지역구를 등한시하면 다음 선거에서 그대로 떨어진다.

오늘은 한때 나돌았던 ‘이주일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해명을 해야겠다.

1995년 4월이었다. 연예인 후배 15명을 모아놓고 거나하게 술자리를 가졌는데 미국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야기가 안주거리로 올라왔다.

후배들이 8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멜시장에 당선된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야기를 하면서 슬며시 나를 부추겼다.

“형님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보시죠. 국회의원까지 하셨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연예인 후배들로서는 영화배우 한 명이 시장에 당선된 후 도시 전체가 유명한 관광지로 변했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된 모양이었다.

더욱이 당시는 6ㆍ27 지방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때였다.

나는 “내가 무슨…”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며칠 후 한 기자가 전화를 해서 대뜸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물었다. 후배들을 통해 벌써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기자의 지나가는 질문에 그냥 “생각 없다”고 말하면 될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한 것이 문제였다.

기자가 물어보니까 갑자기 흥미가 생겼던 것이다. 다음날 신문에는 내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기사가 실렸고, 곧바로 민자당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한 기업 회장이 내게 전화를 했다.

“출마하세요. 저희가 밀어 드리겠습니다.”

이거 또 사태가 심각해진다 싶었다. 검토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마침 분당 사는 연합통신 사회부장이 집으로 찾아왔다.

그가 물어보기도 전에 나는 “서울시장 출마한다는 것은 농담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가벼운 처신으로 지역구에서는 물론 민자당에서도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했다. 다 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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