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7.31 20:00

간암 환자, 다른 장기도 동시에 이식받아 삶의 질 높여요

간 이식 명의, 김명수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

등록 : 2017.07.31 20:00

장기이식은 첨단 의료기술이 집약된 정수다. 전문의료진의 긴밀한 네트워크와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간이식클리닉은 최근 기존 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간암 환자와 간과 함께 콩팥, 심장, 폐 등의 다른 장기도 동시에 이식하는 다장기 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명수(54)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이식외과장)에게 국내 간이식 현황과 미래 방향을 들었다.

-간 이식이란.

“병든 간을 모두 잘라낸 뒤 살아 있는 사람이나 뇌사자에게서 간 일부나 전체를 기증 받아 주변 혈관과 담도를 연결해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간 이식은 간경변이나 간암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정립돼 있다.

국내 간 이식 대기자는 4,774명(2016년)이지만, 이식 받은 환자는 뇌사자 이식환자 508명, 생체 공여 이식 964명 등 4분의 1 정도(1,472명)에 그쳤다. 사회적으로 뇌사기증에 대한 관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인구 100만명당 스페인은 39.7명, 미국은 28.5명 꼴로 매년 뇌사 장기기증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1.2명에 그쳐 하루 3.17명꼴로 이식대기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간 이식에 제한 사항은.

“장기 이식에 기증자와 수혜자 간에 적합성을 판단하는 조건이 여러 개 있다. 장기마다 조건이 약간 다른데, 간 이식은 혈액형, 간 크기와 모양이 매우 중요하다. 간은 면역학적으로 콩팥보다 덜 민감해 조직형(인체조직적합성)을 맞추지 않아도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혈액형은 반드시 수혈조건에 맞춰야 한다. 혈액형이 적합한 기증자를 찾지 못해 적절한 시기에 간 이식하지 못하는 환자가 많아 안타까웠다.

최근 혈액형 불일치 기증자의 간 이식법이 개발돼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 간이식클리닉은 2012년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의 간을 첫 이식한 이래 간 이식 환자 중 20% 정도가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 간을 이식 받고 있다. 환자는 이를 위해 이식 받는 간에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항체를 미리 걸러 내는 혈장교환술과 항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약물치료(리툭시맙) 등을 받는다. 특히 혈액형이 같은 기증자의 간 이식 성공률과 차이가 크지 않다.”

-간암 환자도 이식 받을 수 있나.

“‘밀란 기준’(국제 기준)으로 이식 여부를 정한다. 암세포가 간 일부에만 생겼고 주변 침범이 없을 때만 이식할 수 있다. 간암 환자 대부분은 암 덩어리가 커졌거나, 간 여러 곳에 퍼졌거나, 주변 혈관에 암세포가 번져 이식 기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간이식클리닉팀은 간암센터 소화기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과 협력해 방사선과 항암약물 치료로 이식 가능한 수준으로 암을 줄인 뒤 간 이식한다. 특히 가장 큰 간 혈관인 주문맥에 암세포가 침범한 진행성 간암이면 치료법이 거의 없지만 우리 클리닉은 여러 차례 이식에 성공했다.”

-다장기이식이 늘고 있는데.

“다장기이식은 두 장기 이상을 동시 이식하는 수술이다. 간질환이 있으면 합병증이나 당뇨병ㆍ고혈압 등 다른 원인 질환으로 주변 장기도 문제될 수 있어 간 이식만으론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 우리 간이식클리닉은 최근 5년간 간과 콩팥을 동시 이식하는 수술을 10건이나 성공했다. 2015년엔 세계 최초로 뇌사자 폐와 생체 기증자 간을 동시 이식했다. 다장기이식 성공을 위해 우리 병원 각 장기이식팀은 긴밀한 협조와 세심한 수술계획을 만들고 있다.”

-간 기증자 수술은.

“생체 공여자 장기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 2명을 동시 수술한다. 환자로서는 긴 입원생활과 수술흉터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기증자에겐 숭고한 희생이 없다면 힘든 과정이다. 따라서 기증자에게 가장 큰 부담되는 수술흉터와 입원기간을 줄이려고 몇 개의 구멍을 배에 뚫어 하는 복강경 간절제술이 몇 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2차원 영상으로 하는 복강경수술은 정교한 간 절제에 다소 아쉬움이 있어 널리 확대되지 못했다.

그러다 암수술에 주로 쓰이는 로봇수술 술기(術技)를 기증자 수술에도 시행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공여자 간절제술에 성공했다. 아버지에게 간을 내준 아들은 수술 9일째 퇴원해 입원기간을 개복수술보다 절반이나 줄였으며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았다. 이후 기증자 간절제에 로봇수술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기증자는 물론 간이식환자의 부담감도 줄여 호응도가 높다. 다만 로봇수술기를 사용한 간절제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

-간 기증자 케어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간의 60~70%를 떼주는 기증자는 3~6개월 이내 원래 간의 80~100%까지 회복한다. 우리 간이식클리닉은 별도 진료프로그램을 만들어 간 기증자를 수술 후 6~12개월 동안 잘라낸 간이 잘 커지고 기능이 잘 되고 있는지 체크한다. 이를 통해 기증자 건강은 물론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해 치료하고 있다. 특히 간 기증자가 주로 젊은 층임을 감안해 흉터 관리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현재 국내 유일의 우리 병원 흉터성형센터에서는 기증자와 이식환자의 수술흉터를 피부과ㆍ성형외과 의료진이 전문 치료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이식클리닉 강점이라면.

“간 이식을 담당하는 이식외과ㆍ간담췌외과 전문의는 나를 포함해 7명이나 된다. 또 장기이식코디네이터가 환자ㆍ기증자의 궁금점과 진료일정을 상담해 안심하고 이식과정을 이겨내도록 돕고 있다. 또한 소화기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과 긴밀한 협진과 정례회의를 통해 우리 의료기술을 다 쏟아 첨단적이고 안전한 간이식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꼭 알리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개복수술과 이미 한 차례 간 이식으로 내부 장기유착이 생겨 수술위험이 높은 환자의 이식수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한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력이 약한 이식환자가 병원에 올 때 다른 환자와 접촉해 감기라도 옮지 않도록 아침 7시부터 진료를 하는 환자중심 진료시스템을 만들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김명수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지난해 4월 국내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한 간 이식수술에 성공하는 등 간 이식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간 이식수술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세브란스병원에서 간 이식 받은 환자 모임인 ‘세브란스 간이식 탁구동호회’ 회원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 탁구를 즐기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 이재근(맨 오른쪽)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회원화 탁구하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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