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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엄벌 한다더니…" 또 체면 구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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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엄벌 한다더니…" 또 체면 구긴 검찰

입력
2012.11.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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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았던 전모(30) 검사의 구속영장이 26일 밤 기각되자 검찰의 주먹구구식 법 적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검사실과 숙박업소에서 절도 피의자 A(43)씨와 성관계를 가졌던 전 검사가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를 적용했다. 현행법상 뇌물에는 금품과 향응이 모두 포함된다는 규정을 들어 검찰은 전 검사가 A씨로부터 성적 향응을 제공 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성적 향응을 뇌물로 처벌한 전례가 흔치 않은 데다, A씨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할 경우 처벌 여부를 떠나 A씨가 능동적으로 전 검사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미가 내포돼 영장 청구 단계 때부터 논란이 됐었다. 당장 A씨 변호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는 "A씨는 성범죄 피해자이며 이번 사건은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벌인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반박했다. 뇌물 범죄는 공여자도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도 검찰이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날 "뇌물죄에 대한 범죄성립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검찰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신병처리를 하려는 생각에 법 조항을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물론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한 데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성폭행 혐의는 친고죄인데 A씨가 전 검사와 민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한 만큼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힘들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직권남용죄는 법정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위가 무엇이든 간에 제 식구를 엄벌하겠다며 현직 검사를 이례적으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검찰이 고육책을 썼지만 악수를 둔 셈이 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안의 본질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해야지, '이게 안 되니까 저걸로 하자'는 식의 결정은 곤란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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