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부터 활용했는지 주목
해외 IP 동원, 2000개 ID 제작ㆍ활용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이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 자동화 서버(일명 킹크랩)를 자체 구축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조작이 기존에 밝혀진 사례보다 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이 서버 구축과 여론조작 시기를 수사중인 가운데 대선 이전부터 활용됐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추천수를 자동으로 올리는 매크로 프로그램 구동 서버를 별도 구축해 사용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서버를 이용하면 ‘공감’클릭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기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 가능하는 등 기능이 상당히 우월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1월 17일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비방 기사 2건, 지난 3월 문재인 정부 홍보용 기사 6건의 댓글 조작에 매크로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기사들에 매크로 서버가 활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19대 대선 기간을 포함해 추가적인 댓글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IT기술력이 요구되는 서버 구축까지 자체적으로 했다는 건, 여론조작 활동 효율성 제고 못지 않게 경찰 수사 에 대비해 온라인상에서의 활동 흔적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은 “서버는 매크로 프로그램 정보가 담길 공간이기 때문에, 보안 유지 및 수사 대비 등을 염두, 웹 호스팅(서버컴퓨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서비스)을 할당 받아 구축했을 것”이라며 “드루킹이 이끌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내부에 꽤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고, 서버 또한 해외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또 “드루킹이 네이버 댓글 추천수를 조작하는 데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가 2,000여개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 IP를 동원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계좌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경공모 자금 총책으로 알려진 필명 ‘파로스’ 김모(49)씨와 김경수 의원 보좌관인 한모(49)씨에 500만 원을 전달한 필명 ‘성원’ 김모(49)씨 등 경공모 핵심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조만간 한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이날 국회로부터 드루킹에 대한 최근 3년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하고 드루킹이 김 의원 외 다른 의원들과도 접촉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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