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방한에서 얻고자 하는 게 뭘까요?”
얼마 전 만난 한 신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교황의 팬이라는 그는 “방한 일정표를 들여다 볼수록 반신반의하게 된다”고 했다. 동료 사제들 사이에서도 그런 얘기가 종종 나온다고 한다. 그 중심에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이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3월 교황 방한 일정을 발표하면서 “그곳(꽃동네)에 계신 분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꽃동네는 한해 정부 지원금이 약 250억원에 달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장애인 요양시설이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배임 횡령 의혹에 휩싸여 있다. 사회와 격리해 장애인을 수용하는 방식도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는다. 가난한 사람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이 꽃동네보다 더 필요한 곳이 한국에는 없을까. 즉위 후 첫 해외 방문지였던 브라질에서도 빈민촌 바르깅야 파벨라를 찾아 우산도 마다하고 비를 맞으며 희망의 메시지를 설파했던 교황이 아닌가. 교황이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학생을 면담키로 한 것도 당초 계획에 없다가 가족 측이 천주교에 요청해 겨우 성사됐다.
천주교의 ‘밀실 준비’도 뒷말을 낳는다. 교황은 방한 중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하는 17개국 청년대표와 오찬을 한다. 교황이 그간 청년의 역할을 강조해온 데다 방한 중 단 두 번 있는 공개 식사 중 하나이기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천주교는 이 자리에 참석하는 한국 청년 대표의 선정 기준과 과정에 입을 닫고 있다. 지난달 14일 언론 간담회 때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대전교구는 “추천이 들어온 청년들 중 영어 가능자를 대상으로 잘 알아서 뽑았다”고만 되풀이 했다.
교황의 요청을 언론에 잘못 전달하는 실수도 있었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지난달 “(교황이) 한국 차 중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준비위 관계자는 최근 “교황청이 ‘작은 차’라고 한 것을 ‘가장 작은 차’라고 전하는 바람에 혼선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작은 차’와 ‘가장 작은 차’는 엄연히 다르다. 교황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기에 자칫 외교 논란으로 커질 수 있다. 준비위 측은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에 북측이 지난 달 말 “사정상 참석하기 어렵다”고 회신을 해왔는데도 공개하지 않다가 5일 관련 보도가 나서야 그 사실을 밝혔다.
교황 방한의 진정한 의미보다, 한국 천주교를 치장하는 행사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교황 방한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건 그래서일 거다. “교황의 메시지를 직시한다면 교황의 방한이 한국 천주교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마땅하지만, 보수적인 한국 가톨릭의 기득권을 재확인하는 데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신학연구소 이사장인 김항섭 한신대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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