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풍자로 반짝 부활 조짐을 보였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이 최근 다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시청률은 더 떨어졌고 시청자들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KBS2 ‘개그콘서트’의 위기론은 수년째 거듭되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더 암울하다. 시청률 10%대가 무너져 8%까지 떨어졌다. SBS ‘K팝스타 시즌6’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더니 격차도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방송에선 ‘K팝스타’ 16.1%, ‘개그콘서트’ 8.3%로 시청률 차이가 2배에 가까웠다. 오랜 전통과 명성이 무색해지는 성적표다.
한때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위협했던 tvN ‘코미디 빅리그’도 요즘엔 화제성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장동민의 한부모 자녀 비하 논란과 유상무의 성추문 논란, 징맨 황철순의 음주운전 하차 등을 겪으며 민심을 많이 잃었다.
부침을 겪은 SBS ‘웃찾사’는 결국 쇄신의 칼을 뽑아 들었다. 코너별 서바이벌 경쟁을 도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웃찾사’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관객 투표를 받아 하위팀은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초강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제작진과 연기자 모두 더 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개편을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2년 사이 방송 시간대만 4번이나 옮긴 ‘웃찾사’는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해 2~3%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진 이후 그간 억눌려 있던 정치 풍자가 해빙기를 맞으면서 코미디프로그램 관계자들 사이에선 코미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최근 몇 달간의 정치적 격변이 조기대선으로 이어지면 정치 풍자를 앞세워 코미디프로그램들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탈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기대감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개그콘서트’의 풍자코너 ‘대통형’이 최근까지 무대에 올려졌고 ‘웃찾사’도 ‘LTE뉴스’ ‘개그청문회’ 등을 선보이고 있지만 호응도가 낮다. 본질을 꿰뚫는 풍자가 아니라 단순한 말장난이나 나열식 개그로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달 20일 ‘대통형’ 코너에서는 “선을 보게 돼 곤혹스럽다”는 장관 서태훈에게 국무총리 유민상이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해줄 증인을 대량 채택해 시간을 끌라”고 조언하는 내용이 나온다. 유민상이 “자유민상로 개명한다”고 발표하는 장면도 있다. 각각 대통령 변호인단의 탄핵 심판 지연 전략과 새누리당의 당명 변경 등을 빗댄 내용이다. 하지만 단순 비유와 상황 끼워 맞추기일 뿐, 그 이상의 창의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정치 풍자 코너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려는 노력이라도 하고 있지만 다른 코너들에선 그런 문제 의식조차 찾아볼 수 없다. ‘개그콘서트’의 ‘연기돌’과 ‘웃찾사’의 ‘아가씨를 지켜라’ 등 여러 코너들이 여전히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고 조롱하며 억지 웃음을 끌어낸다. ‘코미디 빅리그’의 ‘러브 이즈 뭔들’ 코너는 데이트 폭력 미화와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페미니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사회 분위기를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소수자를 조롱과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코미디는 방송을 보는 소수자들에게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며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에 한참 뒤쳐져 있기 때문에 외면 받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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