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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틈바구니서 줄타기하다 경제적 실익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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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틈바구니서 줄타기하다 경제적 실익 택했다

입력
2015.03.2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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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장고를 거듭하던 우리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심을 굳힌 건 이달 중순 영국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 속속 AIIB 가입 의사를 표명하면서였다. 더 이상 미국 눈치보기에 매달리지 않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린 탓이다. 경제 이슈인 AIIB 가입 문제는 역내 안보 이슈인 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와 분리해 논의돼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해 말부터 AIIB에 가입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던 한국 정부는 최대 걸림돌이었던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물밑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한국의 가입이 오히려 중국이 AIIB를 역내 패권 강화에 활용하는 수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AIIB가입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히며 기존보다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경제적인 실익만 놓고 보면, 우리에겐 AIIB 가입은 놓쳐서는 안 되는 더 없는 호재다. AIIB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인프라 건설은 물론 전력,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통계를 보면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시설 투자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 달러(약 800조원)에 달하는 ‘노다지’로 꼽힌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매력일 수밖에 없다. 특히 AIIB를 통해 북한의 SOC 개발에도 자연스럽게 나설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리 정부가 AIIB 가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규모가 이미 주요 선진국 못지 않게 커진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ADB와 세계은행(WB) 만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한국은 중국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중국이 당초 AIIB설립을 선언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한국의 참여로 AIIB의 위상 또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AIIB의 표면적 경쟁 상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WB와 ADB. 하지만 이들 기구도 이미 거대한 영향력을 보유한 AIIB와 각을 세우기 보다는 공존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김용 WB 총재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AIIB와 어떻게 협력해 작업을 진행할지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와 나가오 다케히코 ADB 총재도 같은 시기 AIIB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단 가입은 했지만 AIIB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당초 우리 정부는 최대한 발표 시기를 늦춰 몸값을 높인 뒤 부총재 지위나 중국의 비토권 행사 금지 원칙, 최소 6% 이상 지분 등을 요구해 왔지만 결국 이 같은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우선 참여 결정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몇 개가 될 지 모르는 부총재 자리 중 하나를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분도 우리 경제규모에 맞게 6~10% 수준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가입 결정은 했지만 향후 중국의 ‘들러리’가 되면서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등과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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