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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탄핵불발 땐 총사퇴" 野 집단사표의 운명은?

입력
2016.12.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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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 사직서
박주민 의원 사직서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사표를 썼습니다. 8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의원들은 9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 예정인 박근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정족수(200석)를 채우지 못해 부결될 경우 전원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들이 제출하겠다는 사직서(사진)에는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이 부결됨에 따라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자 국회법 제135조 제2항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오니 허가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121명), 국민의당(38명), 정의당(6명) 의석 수를 합치면 165석이 됩니다. 전체 의석수(300석)의 절반이 넘는 숫자죠.

이날의 ‘집단 사표 제출’에 대해 여기저기서 야당 의원들이 반드시 탄핵을 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국회의원들의 사표 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회사원’이라고 본다면 회사의 대표는 ‘국회의장’입니다. 국회의원들의 사직서는 국회의장에게 처리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국회가 열리고 있는 회기 중이냐 아니면 열리지 않는 비회기 중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국회 관계자는 “비 회기 중이면 국회의장이 사인을 하면 사퇴 처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반면 국회가 열리고 있는 회기 중에는 표결을 통해 결정이 됩니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 한 명 한 명의 사퇴서를 안건으로 올리고 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서 재적 과반(151석)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면 통과가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현재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 수가 과반이 넘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회의에 들어가지 않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표 처리 자체가 안 됩니다. 따라서 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쓴 사퇴서가 정식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본회의에 들어가 ‘사퇴서를 처리해 달라’는 데 투표를 해야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는 피켓을 의석 앞에 붙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는 피켓을 의석 앞에 붙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정세균 의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당장 9일 본회의를 끝으로 국회 회기가 끝나기 때문에 정 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10일 이후에 사인해 버리면 사표 수리가 됩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의장실 인사들의 전언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무소속 의원이지만 정 의장은 야당(민주당) 출신입니다.

사실 국회의원들의 의원사퇴서는 그 동안 개인 혹은 집단 차원에서 종종 써오던 카드였습니다. 2004년 당시 여당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이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하며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졌습니다. 앞서 2003년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려 하자 역시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실제 사표 처리가 된 것은 적습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반려하거나, 의장이 이를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정 의장이 사퇴서를 반려하지 않고 야3당 의원들이 낸 사퇴서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 ‘사표 수리를 위한 표결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야당 의원들은 사표를 냈지만 실제 이 사표가 처리 되기 위해서는 또 한 번 ‘사표(사표 처리를 위한 본회의 투표)’를 내야 합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국회는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하고 그 수는 200인 이상’이라는 헌법 41조를 근거로 집단 사표 처리가 될 경우 국회가 해산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헌법 41조는 국회의 성립을 위해 최소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루고 있는 것이지 국회 해산을 다룬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표 처리는 이미 국회가 성립된 이후 상황이기 때문에 100명 넘는 의원들의 사표가 처리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해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3권 분립 차원에서 국회(입법부)를 해산할 수 있는 것은 입법부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비록 국회 해산은 아닐지라도 만약 집단 사표가 처리된다면 20대 국회는 ‘식물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국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사실상 ‘입법 기관’의 기능이 중단되며 마비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럼 사표 처리된 국회의원들의 빈 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내년 4월 예정된 재보선에서 야 3당 소속 지역구 의원에서 새 국회의원을 뽑게 됩니다. 그러나 이 상황은 어디까지나 탄핵안이 부결되고 야당 의원들의 사표가 정상적으로 처리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탄핵안 부결 때 거센 국민적 저항이 예상되고, 전체 지역구의 3분의 2에 가까운 지역에서 재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을 새누리당이 지켜볼 수만 없어 총선이 다시 치러지는 사실상 ‘국회 해산’ 상황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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