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비용과 관련해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맥매스터와 통화한 후 “사드 부지 및 기반시설 등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용,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것과 완전히 배치된다. 하루 전 통화를 놓고도 이렇게 말이 서로 다르니 도대체 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 정부가 모종의 이면 합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시한부 정부라는 한계를 무릅쓰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만큼 명쾌한 설명을 내놓아 마땅하다. 절차의 정당성과 이면 합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청문회를 열자는 주장까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한국의 카운터파트에게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협정이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이 기존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고만 한 것과 달리 맥매스터는 재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한 것이다. 맥매스터가 “가장 하기 싫은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미국의 재협상 의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맥매스터 인터뷰의 방점은 양국간 합의를 지킨다는 것”이라고 하는 등 정부의 군색한 해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과 관련, 국민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당국 협의의 소상한 전모를 알고 싶어하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해명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따라서 김관진 실장부터 맥매스터 보좌관과의 통화 내용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그는 이미 맥매스터로부터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듣고서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사드 비용 부담 얘기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감수해야 하는 무기체계의 도입 방침과 실제 배치를 서둘러 결정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절차까지 무시하는 등의 부조리를 보여왔다. 주권국가의 행위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이 갑자기 사드 비용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우리 정부의 일방적 저자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사드 비용 문제를 앞세워 방위비 분담에서 덤터기를 씌우려 한다는 전망까지 무성하다. 사드 비용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 미국에 힘없이 끌려가지 않으려면 우선 정부의 대미 협상 태도부터 당당해져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