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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지금 한국 야구에 푹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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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지금 한국 야구에 푹 빠졌어요”

입력
2015.11.2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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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엔환
왕위엔환

“한국 선수들,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22일 김포공항 입국장에 한국 야구 대표팀의 귀국을 기다리는 100여 명의 팬들 사이로 한 외국인 여성이 눈에 띄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선수단이 대만에서 머무는 동안 통역을 맡았던 왕위엔환(27)씨다. 그는 선수단의 통역은 물론 대만측과 한국 취재진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왔다. 뛰어난 한국어 구사능력에 늘 웃는 친절한 모습으로 야구장 곳곳을 누빈 숨은 일꾼이었다. 대만인인 왕씨는 대학 시절 용인대로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그 뒤에도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선수단이 지난 18일 대만에서 일본 도쿄로 출국한 다음날인 19일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우승을 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이날 입국장에 나왔다. 왕씨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이겼을 때는 내 마음 속까지 시원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왕씨와 한국 야구대표팀과의 인연은 두 번째다. 2010년 대만에서 열린 대륙간컵대회에서도 한국팀의 통역을 맡았다. 당시 대표팀 선수였던 민병헌, 허경민(이상 두산), 우규민(LG) 등과는 이번 대회에서 재회하기도 했다. 왕씨는 “그땐 사실 다들 그렇게 잘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정말 너무 잘하더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은 왕씨에게도 잊지 못할 경기가 됐다. 이 경기를 한국에서 TV로 봤다는 그는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가 괴물 같이 너무 잘하더라. 하지만 오타니가 내려가는 순간 ‘이제 됐다 싶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좋았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선수들이 고생한 만큼 보답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며 “한국이 당연히 결승전에서도 이길 것 같았다”며 웃음지었다. 프로다운 선수들의 모습은 왕씨에게도 인상 깊게 남았다. 그는 “선수들끼리 있을 때는 ‘놀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모이면 ‘이기고 싶다. 우승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등 야구에 관한 이야기만 해 깜짝 놀랐다” 며 감탄했다. 이어 “삼성과 두산 소속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텐데도 나라를 위해 뛰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리미어12는 대만 사람들에게 한국을 새롭게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왕씨는 “대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진 않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판정 문제 등으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안 좋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이 정말 잘 한다, 멋있다, 감동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더라”고 전했다.

특히 결승전을 앞두고 주장 정근우(한화)가 주축이 돼 우승하더라도 세리머니를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는 대만에서도 기사화 됐다. 왕씨는 “다들 ‘한국은 실력은 물론 인간미까지 인정한다, 예의 있는 팀이다. 세계 1등이다’고들 말하더라”고 전했다.

친절한 선수단은 왕씨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는 “이대호(소프트뱅크)는 워낙 유명한 선수이기 때문에 대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농담도 많이 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더라”며 “선수들도 모두 잘해줘 크게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왕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도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다. 왕씨는 “감독님은 상대가 곤란하지 않게 배려를 해 말씀을 하신다. 할아버지처럼 자상한 면도 있다. 화를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정말 멋있으신 분 같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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