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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러는데 만나줘” 성폭행 협박 신고한 여성 두번 울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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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그러는데 만나줘” 성폭행 협박 신고한 여성 두번 울린 경찰

입력
2017.11.30 1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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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경찰의 부당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경찰의 부당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시민단체 해시태그 캠페인

“왜 밤늦게 술 마시고 다니냐”

경찰 인한 2차피해 증언 줄줄이

#얼마 전 아빠가 엄마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성폭행을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두 명이 ‘때릴 일을 했나’ ‘바람이라도 피웠나’ 하며 소곤대더라고요. 심지어 아빠를 신고한 저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 나무라더니 아빠를 향해 ‘다음에는 이러지 말라’고 한 마디 남기고는 가버리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경찰도 결국 남자라서, 남자 편이구나’라고.

한국여성의전화 등 424개 여성ㆍ시민단체가 참여한 ‘경찰의 여성폭력 대응 전면 쇄신을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폭력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을 통해 수집한 피해 사례 112개를 정리해 경찰에 전달하며 “경찰이 이를 자기 성찰의 토대로 삼아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단체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보호자시설에 2일 가해자가 침입해 소란을 피웠는데, 경찰이 가해자를 격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고 활동가들을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10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해시태그(특정 검색어를 편리하게 검색)를 다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네티즌들은 경찰로부터 받은 2차 피해를 증언하는 글을 올렸다. 단체는 10~13일 게시된 글 중 작성자 허락을 받은 112건을 추려 사례집을 제작했다.

사례집에는 ▦성추행을 신고하러 경찰서를 찾은 여성에게 “왜 여자 혼자 그 시간에 술을 마시고 돌아다니냐”거나 ▦성희롱과 성폭행 협박을 받아 신고한 여성에게 “남자애가 좋아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냥 만나줘라” 등 부당한 경찰 대응이 담겼다.

아울러 공동행동은 2일 사건 관련 책임자 징계와 공식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사건 발생 이후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 경찰청에 보냈지만 경찰 회신에 사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당시 가해자를 방관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남성이 가정폭력으로 신고되거나 처벌받은 기록이 없어 격리 조치나 강제적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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