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관가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탄핵 기각에 따른 최악의 정국 혼란을 피하게 돼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제부처 A국장은 10일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일부 혼란은 불가피하겠지만 적어도 탄핵 기각에 따라 ‘식물정부’가 연말까지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며 “이번 인용 결정으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후 3달 가까이 ‘복지부동’ 상태였던 공직사회는 다시 기강을 잡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공직자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 탄핵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단지 대선 국면에 빨리 진입한 것일 뿐, 올해 초 업무 계획에서 밝힌 내용들을 뚝심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이 결정되자 일부 부처들은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탄핵 결정 직후 전체 금융위원회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금 현 상황은 여러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뿐 아니라 최고의 결과까지를 원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공직자로서 여러분들의 무한대의 헌신과 희생을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어 자칫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공직자로서 현 시국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여 맡은 바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절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관심은 이제 조기대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차기 정권의 경우 새 정부 출범 이전 기존 행정부 조직과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방향을 설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각 부처 입장에서는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경제부처의 B과장은 “인수위가 없기 때문에 조기 대선 기간에 주요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검토하고 이행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두 달간 많이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부처에서는 조기 대선을 기점으로 논의가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 리모델링’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재정부의 예산ㆍ경제기획 등의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국정교과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교육부를 해체하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여성가족부의 ‘발전적’ 해체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앙부처의 C과장은 “본래 인수위 단계에서 집중되는 부처의 ‘생존로비’가 곧 바로 본격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기재부 등 경제부처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금융ㆍ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하고,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기재부는 이날 오후 3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해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주말인 11일에는 최상목 제1차관 주재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 탄핵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위기 관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유 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어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금융위도 탄핵 인용 결정 직후 임 위원장이 “국내외 투자자나 금융권 종사자 모두 우리 금융시장에 대해 어떤 불안감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시장 안정에 주력했다. 금융위는 11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통해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12일 전 금융권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탄핵 결정 후 자칫 커질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점검키로 했다. 이어 13일에는 금융권 사이버보안 대응태세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대선정국에 접어들며 자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 테마주 관련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시장감시 체계도 점검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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