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정보원ㆍ시스템 개발업체
4400만명 분량 47억건 유출
우리 국민 90%에 해당하는 4,400만명 분량의 개인 의학정보 47억 건이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작년 1월 국내 신용카드 3사에서 개인정보 약 1억건이 유출된 사건보다 40배 이상 되는 규모여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산하 약학정보원 등이 이렇게 넘긴 정보의 대가는 불과 19억3,000만원으로, 국민 한 사람의 정보가 고작 4.4원씩에 거래됐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병원ㆍ약국에서 환자 진료정보 및 처방 정보를 불법 수집 및 판매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모두 2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소된 인사에는 약학정보원 원장 김모(51)씨와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업체 G사 대표 김모(48)씨, SK텔레콤 본부장 육모(49)씨가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약학정보원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건강보험청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국 1만800개 약국에서 환자 조제 정보 약 43억3,600만건을 환자 동의 없이 수집했다. 수집된 정보에는 환자의 주민번호와 병명, 조제와 투약 내역이 담겨 있다. 약학정보원은 의약품 정보를 수집ㆍ데이터베이스화하는 대한약사회 산하 재단법인이다.
G사 역시 전자차트 공급업체 U사와 M사가 제작ㆍ공급한 요양급여청구시스템(e-IRS) 등을 통해 약 7,500개 병원으로부터 7억2,000만건의 환자 진료ㆍ처방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U,M사 측은 해당 프로그램에 환자 정보가 유출되는 모듈이 설치되는 것을 알면서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학정보원은 수집 정보 전체인 43억3,600만건, G사는 일부인 4억3,000만여 건을 다국적 의료통계업체의 한국지사인 I사에 약 16억원과 3억3,000만원씩을 받고 팔았다. 넘겨진 47억6,600만건에는 무려 4,400만명의 환자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I사는 해외본사에서 이 정보들을 병원ㆍ지역ㆍ연령별 약의 사용 실태로 재가공한 뒤, 국내 제약회사들에게 판매해 7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별도로 SK텔레콤 본부장 육씨 등은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가맹약국에 전자처방전을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하면서 16개 전자차트 프로그램 제조사의 도움을 받아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만3,000여개 병원의 약 7,800만건의 처방전 내역을 약국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건당 50원씩, 약 36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려 그 절반은 16개 업체에 제공했다. 검찰은 “병원 측에 설명하지 않고 환자 동의 없이 정보를 외부 서버로 전송한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측은 “처방전을 직접 수집하거나 판매한 적이 없으며, 환자가 선택한 약국으로 단순 전송 서비스를 하고 수수료를 받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전자처방전 전송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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