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빠르게 진화하는 사제폭탄… 대응책 속도 높여야

알림

빠르게 진화하는 사제폭탄… 대응책 속도 높여야

입력
2017.06.14 16:50
0 0

로켓캔디→부탄가스→나사못

대량 살상용 제조기법 모방 충격

인터넷에 폭탄 관련 게시물 급증

올 상반기만 255건 시정요구

95%가 해외서버… 유통 못 막아

재료도 시중에서 손쉽게 구해

“게시물 차단 인력 증원하고

다양한 신고포상제 활성화해야”

사제폭탄이 발견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주변에서 경찰특공대가 순찰을 돌고 있다. 류효진 기자
사제폭탄이 발견된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주변에서 경찰특공대가 순찰을 돌고 있다. 류효진 기자

‘연세대 사제폭탄’ 사건은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대량살상용 폭탄 제조기법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중학생도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인터넷엔 관련 동영상이 흔하고 재료 구입도 쉬운데, 단속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우려가 헛구호가 되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내 사제폭탄 사건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먼저 2014년 12월 전북 익산에서 터진 일명 ‘로켓캔디 테러 사건’. 당시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오모(19)군이 종북 논란이 일었던 신은미 황선씨의 토크콘서트장에 질산칼륨과 설탕 등을 섞은 ‘로켓캔디’라는 사제폭탄을 준비해 터트리는 바람에 두 명이 다치는 등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공고 화학공학과 3학년이던 오군은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해 폭탄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엔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 교실에서 이모(15)군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만든 부탄가스폭탄을 터트려 충격을 안겼다. 당시 교실이 비어 있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월부터 인터넷에 폭탄 제조법 영상을 올리면 최고 징역 2년을 받도록 관련 법이 강화됐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폭탄 제조법을 습득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 않다. 14일 유튜브에 ‘폭탄 제조’와 같은 간단한 검색어만 입력해도 1,000만건 이상의 영상이 찾아질 정도다. 이러한 영상들은 상세한 제조 과정은 물론 폭발 시 파괴력까지 보여준다. 법이 강화됐다지만 관련 영상의 급증세는 이를 뛰어넘어 실제 단속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해 보면, 국내외 인터넷정보 중 총포ㆍ화약류 제조법 등을 담아 시정요구를 받은 건수는 2014년 107건에서 올 상반기에만 255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 상반기 시정요구 대상 95%(242건)가 해외 서버에 올라온 정보라, 그만큼 폭탄 제조법 유통을 막기가 어려워졌다. 국내 유해정보는 게시물 삭제나 이용자 퇴출이 가능하지만 해외 서버에 올라온 게시물은 유해성을 판단해 ‘접속차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게시물 경로를 바꾸거나 차단 조치를 우회할 수 있어 임시 방편에 불과한 실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경찰청과 함께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만 정보가 생성되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인력충원은 물론이고, 유해정보 신고를 위한 다양한 포상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탄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5년 프랑스 파리 테러에 쓰인 폭발물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의 주재료는 아세톤 및 과산화수소로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2014년 12월 전북 익산 토크콘서트장에 폭탄을 투척한 오군은 화공과에서 취득한 위험물기능사자격증으로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었다. 연세대 사제폭탄 사건 피의자 김모(25)씨 역시 “재료는 다 시중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