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이 바라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드 배치를 중국, 미국과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이른바 ‘패키지 딜’로 보고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주요 강대국(G2)인 미중 양국 사이에서 끼인 외교를 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AIIB와 사드는 미칠 파장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더 높다. AIIB는 중국이 이전부터 한국의 가입을 공개적으로 제의해 온 사안이다. 반면 사드의 경우 미국 정부가 아직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지 않았고, 우리 측에 공식적인 요청이나 협의가 없다. 진행과정부터 사드와 AIIB는 차이가 난다.
또한 AIIB는 우리가 가입에 따른 득실을 면밀히 검토하는 사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의 주요국들이 이미 가입의사를 밝혔다. 우리가 가입을 고민해야 할 부담이 사실상 거의 없어진 셈이나 마찬가지다.
사드의 경우 이와 달리 중국이 자신들을 군사ㆍ안보적으로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공개적으로 거듭해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의 주요 장비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최대 3,000㎞에 달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한국은 MD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 측 인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측에 사드 배치를 거론하며 극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AIIB 가입을 빌미로 미국이 원하는 사드 배치를 넙죽 받아들이기에는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사드 배치 문제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사드에 관한 결정을 성급히 내려서는 안 된다”며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위치를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우리의 국익에 비춰 협상 카드를 하나씩 준비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군 당국은 사드 배치 논란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내는 분위기다. AIIB 가입으로 중국 손을 들어준 만큼 안보 문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논리가 주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군 관계자는 “사드의 안보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도 상당수가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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