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선체 정리에만 집중할 듯
“참사 원인 조사할 위원회 꾸려야”
이르면 오는 4월 세월호 인양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인양 후 참사 원인을 규명할 선체 조사에 대한 정부 주도의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예산의 사용처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세월호 인양 후 선체 조사와 수습을 전담할 ‘선체조사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에 따르면 해수부는 올해 세월호 인양 후 선체조사 지원예산으로 3억5,000만원 배정했다. 그러나 인양 후 꾸려질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운영계획 등은 세월호 육상 거치 후 미수습자 수습과 신원확인, 유실물 관리 등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을 뿐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힐 선체 조사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인양추진단 관계자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수부의 인양 후 선체 조사는 선체 붕괴위험, 선내 인력 투입 가능 여부 등 선체 정리를 위한 조사가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의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선체 정밀 조사가 아니라 사실상 선체 정리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선체조사 지원예산 3억5,000만원’은 단순 ‘선체 정리를 위한 조사’에만 쓰일 공산이 커 보인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업무 보고에서 “세월호 참사 사고 원인은 검ㆍ경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했고 대법원에서도 판결이 났다”며 인양 후엔 선체 정리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동안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선체 조사에 대한 입장을 계속 바꿔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해 6월엔 “선체 조사 등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특조위 활동이 종료되자 “국회가 먼저 선체 조사 주체와 기간 등을 협의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부처간 협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국회로 공을 떠 넘긴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세월호 인양 후 선체 조사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최근 김 의원 등 야당 의원 14명도 ‘세월호 선체조사 및 보존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선출 4명, 피해자단체 선출 3명 등 7명이 조사위를 꾸려 인양 과정 감독, 미수습자 수습, 선체 조사, 선체 보존 계획 수립 등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조사위 구성과 정부 부처간 협의를 거치려면 두 달은 소요될 것”이라며 “이르면 4월 인양에 대비해 이번 임시 국회에서 선체조사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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