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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소화기' 전국 각지에 수두룩… 전통시장엔 32%만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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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소화기' 전국 각지에 수두룩… 전통시장엔 32%만 비치

입력
2015.03.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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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캠핑장 화재 사고에서 초기 진압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소화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캠핑장에 비치된 소화기는 모두 5개였다. 하지만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캠핑장 관리인 김모씨가 사용한 소화기에선 분말이 간헐적으로 나오다 말았다. 김씨가 내던진 소화기를 다시 쓰려고 했던 이웃 텐트 이용객 박홍(42)씨가 소화기 작동이 안 되자 물양동이를 이용해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잡혀 있다. 박씨는 “그 후 현장에 온 사람들이 가져온 소화기 2대 중 1대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무용지물 소화기’는 사고가 난 캠핑장뿐만 아니라 도처에 널려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국 200개 전통시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점포 가운데 32% 정도만이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곳들은 화재가 났을 경우, 소방 인력이 올 때까지 사실상 초기 진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 하는지 의문인 곳이 많다. 분말 소화기의 경우 직사광선에 노출되거나 온도가 높은 곳에 보관할 경우 분말이 소화기 통 안에서 그대로 굳어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보통은 소화기를 갖다 놓고 그냥 두는 경우가 많은데 외관에 부식이나 손상이 있는지 혹은 몸체에 있는 게이지를 통해 압력 상태가 적정한지 등을 자주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1999년에 생산이 중단된 가압식 소화기가 버젓이 비치돼 있는 곳도 여럿이다. 소화기는 압력을 가하는 방식의 차이에 따라 가압식과 축압식 두 가지로 나뉘는데, 현재는 몸체에 별도의 압력게이지가 부착돼 있는 축압식만 생산되고 있다. 소방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영세하거나 노후된 건물에는 여전히 가압식 소화기가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매우 위험하다”며 “오래된 가압식 소화기는 사용하는 도중 폭발할 가능성도 있어 8년이 지나면 교체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일선 소방서는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체계적이고 정밀한 소화기 점검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통상 소화기 비치 여부를 포함한 소방안전점검은 소방서가 추린 취약 대상을 중심으로 소방방재업체가 일차적으로 실시한 후 관할 소방서에 점검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 가운데 20% 가량을 추려 소방관이 직접 현장 안전점검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구재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큰 곳을 지정한 뒤 수시로 나가 소화기 비치 실태 등을 점검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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