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6.07 13:03
수정 : 2017.07.04 15:14

[짜오! 베트남] 베트남 최대 새우 가공공장에 가봤더니

<13> 주력 수출산업, 수산업

등록 : 2017.06.07 13:03
수정 : 2017.07.04 15:14

메콩델타 지역에 자리잡은 베트남 최대 수산물 생산 가공업체 '민 푸(Minh Phu) 시푸드' 하우장성 가공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새우를 크기별로 선별하고 있다. 새우는 무게가 아니라 길이로 등급을 나눈다.

베트남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수산물 수입국이다. 지난해 베트남으로부터 사들인 전체 수산물 6억2,000만 달러(약 7,000억원)어치 가운데 절반가량(2억8,000만 달러)이 새우다.

전체 수입 새우 규모(새우와 새우살ㆍ5억3,000만 달러)를 감안하면 베트남산이 53%를 차지하는 셈이다. 한국에선 이곳 새우가 흔한 수산물로 자리를 잡았지만 베트남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베트남에서 생산ㆍ가공된 새우,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 1을 밑도는 베트남인들의 생활을 목격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베트남산 새우의 절반이 생산되는 메콩델타를 찾았다. 염분을 함유한 지형 덕에 세계적인 천혜의 새우 양식지로 꼽히는 곳이다.

작업장 입장 전 8단계 거쳐야

지난 1일 찾은 곳은 베트남 최대 수산물 기업인 ‘민 푸(Minh phu) 시푸드’의 하우장성 가공공장. 민 푸 시푸드는 새우 양식과 가공기술, 생산 규모에 있어 세계 3, 4위권 기업이다. 간단한 브리핑을 들은 뒤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호앙 초 렁 품질담당이 질문지 하나를 건넸다. 인적 사항과 함께 발열, 구토, 설사 증세 여부, 또 방문 목적과 방문 구역을 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뭐 이런 것까지…’ 하는 반응에, 렁은 “이제 시작”이라며 웃었다.

사무실에서 옮겨 간 곳은 환복실. 두건을 이중으로 두르고 이발소에서나 봄직한 목수건까지 걸친 다음에야 방진 가운을 입을 수 있었다. 마스크와 방진 하의, 소독된 장화 착용까지 마치자 대기하고 있던 위생 보안요원이 달라붙었다. 복장점검과 만에 하나 가운에 붙어 있을지 모르는 머리카락이나 실, 먼지 제거작업이 이뤄졌다. 끈끈이 롤러가 눈만 빼놓고 온몸을 한바탕 누비자 “입장” 신호가 떨어졌다. 강풍이 나오는 밀실을 지나고 소독수로 채운 깊이 20㎝, 길이 2m의 ‘강’을 장화로 건너자 이번에는 ‘손 세척’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운 밖으로 노출된 손목과 손, 손톱 밑을 흐르는 물에 솔로 씻는 과정이다. “사용한 솔은 이쪽에 놓으세요.” 한 번 쓴 솔은 별도로 모아 소독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메콩델타 지역에 자리잡은 베트남 최대 수산물 생산 가공업체 '민 푸(Minh Phu) 씨푸드' 가공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두 여덟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중 하나로 위생 보안 요원(흰색옷)이 외부 방문자가의 방진 가운 착용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 정도 하면 됐다’ 싶어 “언제 들어가느냐”고 묻자 렁은 대수롭지 않은 듯 “우리 직원들은 매일 거치는 과정”이라며 “이제 이 물에 손을 담그고 열까지 세라”는 지시를 내렸다. 소독물에 손을 넣고 10초 정도 지난 뒤 빼자 그는 앞에 걸린 시계 시침을 가리키며 “너무 빨리 뺐다”고 지적했다. 바람으로 손을 말린 뒤 고무장갑을 껴야 했지만 카메라 조작을 이유로 장갑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그 어떤 것도 만지지 말라.”

축구선수처럼 등번호 가진 작업자들

10분여 만에 입장한 작업장. 소독 과정에서 진땀을 뺐던 탓인지 냉장고에 들어선 것 같았다. 수산시장 냄새가 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눈 감고 깊게 들이마신 공기로는 당최 무엇을 하는 곳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원재료를 들여와 1차 선별하는 작업장의 온도는 영상 20도, 새우 머리와 껍질을 제거하고 초밥용 나비 모양으로 커팅하는 작업장은 17도, 포장작업장의 온도는 15도로 설정되어 있다.” 바깥보다 20도 가까이 낮은 온도를 항시 유지하고 있다는 렁의 설명이 이어졌다.

각 공정별, 가공 품종별 작업장은 모두 구분돼 있었고, 갈아 닦아서 윤이 나는 밝은 돌바닥 위로는 물이 적당히 고여있다. 하지만 장화에 밟히는 물은 맑았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동행한 도안 티 투안 사업개발 이사는 “HACCP, BRC, IFS 등 10여개의 글로벌 식품안전 인증을 받았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까다로운 시장의 진입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작업장”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최대 수산물 생산 가공업체 '민 푸(Minh Phu) 씨푸드' 가공공장 내부.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휴대폰은 물론이고, 시계, 반지, 귀걸이, 목걸이 등 일체의 액세서리 착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두 눈만 보이는 탓에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될 땐 등 번호를 참고한다.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의 작업대 양쪽으로 도열해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근로자들 역시, 눈만 내놓은 위생복 차림이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시계, 반지, 귀고리, 목걸이 등 모든 액세서리 착용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탓에 수백 명의 작업자 사이에서 특정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투안은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라 눈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지만, 분간이 어려울 땐 등 번호로 서로 확인한다”고 귀띔했다.

생산일 표시는 실제보다 2주 빨라

특별히 거슬릴 것 없던 작업장 탐방 막바지에 ‘식품위생법 제10조에 의한 한글 표시사항’ 스티커가 붙은 팩이 눈에 띄었다. 한 국내 업체가 주문한 초밥용 새우였다. 그런데 인쇄된 생산 일자가 실제 날짜(6월 1일)보다 보름이나 빠른 ‘2017년 5월 15일’로 돼 있는 게 아닌가. 기회다 싶어 렁에게 역공을 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답을 했다. “유통기간은 36개월이지만, 자체적으로 생산단계에서 이를 2주 줄였다. 주문자가 아닌 소비자를 배려한 조치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매일 날짜를 바꾸어 인쇄하기가 곤란해 쓰는 방법”이라고 실토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새우는 냉동 컨테이너를 통해 호찌민 항구로 이동,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4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짠 티 응옥 안 CJ프레시웨이베트남 수산물 소싱담당은 “경제 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베트남이지만 수출품 가공공장만큼은 글로벌 수준”이라며 “이 제품들을 한 번 더 검수해 한국, 미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우장성=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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