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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늘어나는 '老-老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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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늘어나는 '老-老 학대'

입력
2015.06.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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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중 노인 비율이 40% 이상

60세 이상 아들에 의한 학대도 증가

고령화 따른 갈등ㆍ부양 부담 등 원인

복지부 "가족 상담ㆍ경제적 지원 확대"

A(73)할머니는 결혼 당시 가난했었다는 이유로 남편인 B(70)할아버지에게 무시 받으며 살아왔다. 젊은 시절 남편의 외도를 목격했지만 자녀들을 생각해 눈감아줬고, 낭비벽이 심했던 남편의 대출 빚도 갚아줬다. 하지만 교육공무원이었던 남편은 퇴직 후에도 아내인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둘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술에 취한 할아버지가 물건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고, A할머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중앙노인보호기관으로 인계된 할머니는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았고 가정법률상담소에서 부부상담을 받았다.

노인인 B할아버지가 아내인 A할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한 것처럼 가족 내 노인이 또다른 고령자를 학대하는 이른바 ‘노-노 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의 배우자나 자녀에 의한 학대가 많아 가족 내 학대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을 학대한 가해자 중 60세 이상인 가해자는 2013년 1,374건에서 지난해 1,562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가해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34.3%에서 40.3%로 늘었다. 이는 2010년(944건ㆍ 27.2%)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복지부에 따르면 고령자에 의한 학대 행위는 주로 가족 내에서 발생한다. 고령 배우자에 의한 학대가 571건(36.6%)으로 가장 많았고, 고령자 본인에 의한 자기방임이 463건(29.6%)으로 뒤를 이었다. 60세 이상인 아들에 의한 학대도 186건(11.9%)이나 됐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인구고령화 추세에 따른 노인 부부간 갈등과 독거노인 증가로 인한 고령자 스스로의 방임, 고령 자녀들의 부양 부담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타인과 기관에 의한 학대 건수도 각각 152건(9.7%), 71건(4.6%)이었다.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역 노인보호 전문기관 등에 의해 발굴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0년 7,503건이었던 신고건수는 지난해 1만569건까지 늘었다. 지난해 신고건수 중 학대로 판정된 것은 3,532건이었다.

한편 노인에게 가해지는 학대는 정서적 학대가 2,169건으로 가장 심각했다. 신체적 학대 1,426건(24.7%), 방임 984건(17%), 자기방임 463건(8%) 등이 뒤를 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가족 내 학대 발굴을 위해 노인들이 자주 찾는 경로당을 학대노인 지킴이센터로 지정했다”며 “대한노인회와 함께 노인학대 징후를 안내하고 신고요령 등을 교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학대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국에 학대피해노인보호 양로시설 52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학대행위자의 재학대를 막기 위해 가족갈등 상담 및 경제적 지원 등을 확대하고 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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