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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왜 공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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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왜 공개 못하나

입력
2016.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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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교과서 집필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 기준이 이달 중순 확정됐으며, 현재 집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편찬 기준을 언제 공개할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도 했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은 데 이어 수 차례 공언한 편찬 기준까지 당분간 공개하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이다. 후대에게 당당한 교과서를 물려주겠다고 하더니,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자꾸 숨기고 감추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은 집필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집필진에게 안정적 집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편찬 기준 공개 여부와 집필진의 심기는 별개의 문제다. 역사교과서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지 방향과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서 집필진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리 만무하다. 편찬 기준을 공개했을 때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의 여지만 남길 뿐이다.

편찬 기준 미공개는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편찬 준거가 확정되면 이달 말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가 “12월 초”“12월15일” 등으로 거듭 연기하다가 해를 넘겼다. 이준식 교육부장관 역시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편찬 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정작업을 거쳐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래 놓고서 이제 와서 집필 기준이 확정돼 이미 집필을 시작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과서 편찬 기준 공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과거 검인정교과서도 편찬 단계부터 집필진과 기준을 공개하는 게 관례였다. 특히 이번처럼 단일 국정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고, 거센 사회적 논란을 부른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라면 집필 기준 공개는 빠뜨려서는 안 될 과정이다. 다양한 학설상의 차이를 반영하고, 사회적 쟁점이 될 만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나서 집필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이를 저버리는 것은 결국 정부 입맛에 맞는 역사서술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교육 당국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집필진과 편찬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이 집필진 면면과 기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을 통해 교과서의 앞날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완성된 뒤 터져나올 혼란과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깜깜이 교과서’라는 오명을 씌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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