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과 여성가족부가 ‘직장 내 성희롱ㆍ성범죄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한샘의 성폭행 사건, 현대카드의 성폭행 의혹 등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직장 내 성희롱과 성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성희롱이나 성범죄가 발생했는데도 법이 정한 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인 것이다. 사업주에게 엄격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회사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주문이다. 다른 하나는 사업장을 근로감독할 때 성희롱 예방 교육과 사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사업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사이버 신고센터나 성희롱 고충처리담당자를 두도록 했다. 이 역시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 정도로 사업장의 성희롱 및 성폭력 문제를 막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문제가 일어나면 쉬쉬하며 덮으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한샘의 피해 여직원만 해도 회사 측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축소하고 회유했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으로는 남성 중심 문화가 굳어져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림대 성심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한 것은 왜곡된 남성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그릇된 남성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수다.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신고건수는 증가 추세다. 2012년만 해도 263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56건, 올해는 10월 현재 532건이다. 신고된 게 이 정도니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다.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 추문을 계기로 미국에서 ‘미 투(Me Too)’ 운동이 일어났듯 한샘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성적 피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는 것은 직장 내 성희롱과 성범죄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증언을 보면 그런 행위 대부분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남성에 의해 자행됐다.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근로감독관이 역량을 더 키워야 하고 사이버 신고센터에 피해자 자신뿐 아니라 제 3자도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보완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여성계 등의 주장을 경청해 더욱 치밀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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