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혐의 벗으면 집유도 가능
“직권남용 등은 인정 사례 드물어”
이르면 이달 초부터 재판 시작할 듯
10월 1심 판결, 항소 땐 내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으로 이제 관심은 범죄혐의의 유ㆍ무죄 여부와 형량으로 옮아가고 있다.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뇌물죄의 인정 여부가 박 전 대통령의 전체 형량을 좌우하게 될 공산이 매우 크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430억원대 뇌물을 수수하는 등 모두 14가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과 정부 부처의 인사 불법 개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시ㆍ작성,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검찰과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법리공방을 벌인 핵심 쟁점인 뇌물죄는 상대적으로 크게 무겁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 받게 된다. 특히 뇌물죄와 함께 다른 여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 선고형(최대 30년)의 절반이 가중된다. 최대 징역 4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가장 낮은 형량인 징역 10년형이 선고되면 징역 5년형으로 감경될 수도 있다. 자수, 자백 등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재판부가 선고형을 절반으로 감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물죄가 인정될 경우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고유예는 징역 1년 이하,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된다.
반면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 혐의를 벗을 경우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강요와 강요미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 자격정지가 선고될 수 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직권남용이나 강요 미수가 인정된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다”며 ”뇌물죄 인정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은 이르면 4월초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구속 연장(10일)을 하지 않을 경우 만기일은 4월 9일이다.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돼 있는 점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의도까지 감안하면 검찰의 신속한 기소가 점쳐진다.
또 재판이 통상 6개월 정도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은 10월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하면 재판은 내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최순실씨 등 다른 공범들에 대한 재판이 이미 진행된 터라,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병합하지 않고 별도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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