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대통령 관저 샤워꼭지까지 수리해줘
대통령은 총수들에 최씨 회사 지원 요구
최태원 사면되자, SK 안종범에 감사 문자
국정농단 사건 주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의 생활 속 불편까지 하나 하나 해결해준 정황들이 드러났다. 검찰은 ‘40년 지기’ 관계가 사실상 ‘공동체’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관련 증거들을 법정에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만난 자리에서 최씨 회사에 이익을 챙겨줄 것을 대놓고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3차 공판에서다.
“崔 지시로 대통령 침실과 샤워꼭지 수리도”
두 사람이 일상생활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이라는 정황은 최씨 소유의 미승빌딩 관리인인 문모씨 진술조서에서 자세히 나왔다. 문씨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최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당시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가서 집을 수리해주라고 해 고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 지시로 대통령 관련 업무를 한 적 있느냐’는 검사 물음에 답한 것이다. 문씨는 이후 최씨가 운영하는 얀슨(최씨가 세운 미승빌딩 임대사업용 업체)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다. 문씨는 그때 정치인 시절의 박 대통령을 알게 됐다. 그는 박 대통령 당선 뒤에도 최씨 지시로 청와대까지 들어가 각종 수리 업무를 맡았다. 문씨 진술 내용은 이렇다. “최 원장(최순실)이 제게 ‘대통령 관저 침실에 손볼 게 있으니 가보라. 어떤 일인지 (가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해 청와대에 갔다”며 “대통령이 제게 ‘침실 선반 위치를 조정하고, 창문 커튼과 샤워꼭지도 걸라’고 지시했다.”(‘대통령 침실 인테리어 공사를 한 적 있느냐’는 검사 질문에)
문씨는 그로부터 1~2주 뒤 다시 청와대에 가서 전구 교체와 서랍장 수리 등의 요청을 받고 작업을 했다. 문씨는 이런 뒤처리를 해주고 따로 보수를 받은 게 없고 최씨의 얀슨에서 급여만 받았다. 검사는 “청와대에도 관저 수리업자가 분명 있을 텐데 최씨가 이런 사소한 것까지 관리인에게 부탁했다”며 두 사람의 친밀관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데 주력하는 최씨 측은 이 진술이 증거로 쓰이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朴, 최순실 회사를 “국가를 위한 홍보회사”
“저 언니 로또 된 거 아냐?”
박 대통령이 18대 대선에 당선된 뒤 최씨를 ‘왕회장’으로 부르며 따르던 주변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는 진술조서도 나왔다. 최씨 입김으로 현대자동차에 부품(흡착제)을 댄 KD코퍼레이션(이하 KD) 대표의 아내 문모씨 진술이다. 최씨는 청와대 로고가 박힌 시계를 선물하는 등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납품 어디로 하고 싶냐”고 했고, 이후 현대차가 KD에 연락했다고 했다. 문씨는 답례로 샤넬백 등을 상납했다. KD는 대통령 순방길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돼 동행했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와 지난해 2월 개별 면담에서 최씨 실소유의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PG)를 “국가를 위해 열심히 홍보 활동을 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는 GS 허창수 회장의 진술도 나왔다. KT 황창규 회장에게도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 소유의 더블루K 연구용역 제안서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개입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의 ‘스키창단계획서’를 보내 압박했다. 심지어 영재센터 건은 대통령과의 독대 후 장씨가 운영하는 더스포츠엠 관계자들이 나타나 ‘스키’대신 ‘동계스포츠’로 영역을 확대한 계획서를 갑자기 주기도 했다. 검찰은 “돈을 더 내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사는 “사사로운 인연에 한 나라의 대통령 등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며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허탈한 마음이 든다”고 개탄했다.
SK 등 대기업 총수 사면과 관련해 기업 고위 관계자가 안 전 수석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안 전수석에게 “하늘 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을 사면시켜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는 문자를 보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기 이틀 전이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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