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역을 하며 두 배의 수수료를 챙기려 한 20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보이스피싱 인출 및 송금책으로 활동한 오모(26)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인 오씨는 지난해 12월 구직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김실장’으로부터 “피해자에게서 체크카드를 건네 받아 돈을 뽑아 오면 인출금의 4% 를 수수료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 오씨는 돈을 더 빨리 더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면서 수수료를 두 배로 받아 내기로 했다. 그는 김실장에게 “친구도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며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모바일 메신저 채팅창에 접속했다. 오씨는 두 계정이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꾸며 김실장을 속였고, 이런 수법으로 총 8회에 걸쳐 2,100만원을 인출할 수 있었다. 김실장이 두 사람에게 지시한 인출 횟수는 각각 4회였지만, 실제로는 오씨 한 명이 두 사람 몫을 챙긴 것이다.
하지만 오씨의 단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한 시민의 신고로 지난 6일 경기 안양시의 한 은행 앞에서 붙잡혔다. 조사 결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오씨는 지인들에게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전화 사기에 발을 담근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마침 체포 당일 오씨는 웨딩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다”며 “조사 내내 예비신부가 선처를 호소했지만 오씨의 그릇된 욕심 탓에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생이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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