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국정감사는 ‘차은택 국감’을 방불케 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의 배후로 지목되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에게 정부는 물론 대기업까지 나서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상임위를 불문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영상전문가로 활약하던 차씨는 박근혜정부 들어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공직에 발을 담갔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지냈다. 야권은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씨가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고리로 국정 농단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차씨가 본부장이었던 문화창조융합센터의 추천 콘텐츠를 끼워 넣고, 특혜성 예산 몰아주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모태펀드’ 문화계정에 2014~2015년에 걸쳐 총 8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투자대상에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추천한 콘텐츠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감사원은 수년 간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문제 삼아 예산 지원이 과도하다며 출자 규모를 100억원으로 재산정하라고 통보했지만 문체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했지만 황찬현 감사원장은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정부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정무위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당초 계획에 없던 ‘크라우딩펀드’편 광고를 추가로 만들어, 공개 입찰 절차도 없이 차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KT가 지난 2~9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공개된 KT 영상광고 24편 중 6편도 차씨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KT와 금융위 측은 “차 감독의 실력이 뛰어나서 맡긴 것이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차씨를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앉히기 위해 서둘러 대통령령을 고쳤다는 ‘위인설관’논란도 제기됐다. 조승래 더민주 의원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2월 27일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에 단장 2명과 부단장 1명을 두던 것을 문화콘텐츠 부문의 보완을 위해 단장 3명과 부단장 2명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는데, 두 달 뒤 차씨가 이 자리에 임명됐다.
차씨가 자기 사람을 꽂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더민주 손혜원 의원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이 원장 공모 당시 1차 평가에서 2등, 2차 평가에서 3등을 했음에도 1등을 제치고 원장으로 선정된 점을 지적하며 “차씨와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선 더민주 간사인 도종환 의원이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 당시 문예위 위원인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미르재단 모금과정에 대해 “전경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 기가 막힌 일이다”고 발언한 회의록을 공개하며, 정권 외압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도 의원은 문예위가 회의록 초본을 삭제하고 국회에 제출한 데 대해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명진 문예위 위원장은 “저의 관리 부실이었고, 불찰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은 “범죄행위”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도 의원은 또 지난해 논란이 됐던 ‘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기록된 당시 회의록 자료를 분석해 “청와대와 문체부가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록에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등의 권 위원장 발언이 실려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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