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인공섬 군사기지 확대에 제동
中 “긴장 고조 행위 중단하라”
미국 해군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중국은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라”며 거세게 반발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은 24일(현지시간) 미 해군 구축함 듀이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ㆍ南沙)의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ㆍ美濟礁) 12해리(22.2㎞) 구역에서 ‘항행의자유 작전(FONOPS)’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항행의자유 작전은 특정 국가가 영토 주변의 해ㆍ공역 권리를 과도하게 주장할 경우 미국이 함대나 전투기를 파견해 경계활동을 하는 군사행위를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군이 해당 작전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미사일발사 기지를 건설하는 등 난사군도 인공섬들을 군사기지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지자 버락 오바마 정부는 세 차례 항행의자유 작전을 펼쳤고,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남중국해에서 더 이상 미국의 군함들은 볼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중국이 인공섬에 전례 없는 군사요새를 짓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남중국해 정책을 비난한 것과 달리 취임 뒤에는 이 문제에 언급을 꺼려 왔다. 최근에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ㆍ黃巖島) 해역 내 항행 허가를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는 등 미 정부는 미온적 대처로 일관했다.
언론들은 그 이유로 대북 문제를 놓고 중국과의 ‘빅딜’설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 이슈에 맞서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우선순위로 설정하면서 남중국해 문제는 뒤로 밀렸다는 얘기다.
미 정부가 7개월 만에 항행의자유 작전을 재개한 것은 중국의 영유권 야욕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중 강경파인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항행의자유 작전을 속행해야 하며 곧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작전 속개를 압박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남중국해는 근래 들어 유관국가들 사이에 현명하고 평화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비당사국인 미국의 개입은 그 자체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과 필리핀이 분쟁 수역에서 평화적인 자원 개발을 논의 중인 점,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미국은 불필요한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런궈창(任國强) 국방부 대변인은 미사일 호위함 2척을 인근에 급파했다고 밝히며 강력히 미군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을 의식해 “우리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국제법에 근거해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특정 해역만 순찰을 하지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