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사태가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GM 노사 양측은 16일 제8차 임금ㆍ단협 협상 교섭을 재개했지만 예상대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GM 노사가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은 GM본사가 20일을 법정관리 데드라인 날짜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GM본사의 태도에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한국GM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리 엥글 GM본사 사장은 최근 산업은행을 방문, “우리는 한국GM에 대출을, 산업은행은 투자를 하자”고 말했다. GM은 당초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하고 연간 2,000억원의 금융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었는데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GM이 3조원을 출자전환하면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율(현재 17%)은 1% 아래로 떨어진다. 때문에 산업은행은 대주주 지분을 더 많이 감자하는 차등감자를 요구했다. 그래야 15%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한국GM 생산시설 재산권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엥글 사장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대출방식을 역제안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현재로선 GM본사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히 GM본사의 글로벌전략 차원에서 한국GM을 털어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면 철수보다는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부터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의 혜택을 받고, 산업은행에서 최대의 투자를, 노조로부터는 대폭적인 양보를 받아 내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한국GM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지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GM본사도 그동안 한국GM에 연구개발비와 이자비용 등 부담을 많이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노조는 GM본사가 장기생존이 아닌 단기생존 방안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물론 노조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경영성과에 걸맞지 않은 임금을 받으며 경영난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더욱이 산업은행은 2대 주주임에도 한국GM 부실에 여태 눈감고 있었던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노조가 적절한 선에서 고통분담을 수용하는 등 이해 당사자들이 대폭적인 손해를 감수한다는 합의다. 그래야 국민세금을 투입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협력업체와 주변 상권까지 합치면 무려 30만명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 아무도 파국을 원하지 않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