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에게만 하려던 상사 욕을 실수로 상사가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 보내버렸을 때, 술에 취해 헤어진 애인에게 구구절절 보낸 메시지를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확인했을 때…. 메신저 앱의 ‘전송 취소’ 기능이 절실한 순간이다. 메시지 전송 취소 기능을 도입하는 메신저앱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월 활성 이용자 수(MAU) 4,200만명이 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는 언제쯤 이 기능이 도입될지 관심이 뜨겁다.
16일 카카오 관계자는 8월부터 카카오톡에서 전송 취소 기능이 도입된다는 보도에 대해 “검토 중이긴 하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톡에 ‘삭제’ 기능이 있지만, 이는 내가 보는 화면에서만 메시지를 사라지게 할 뿐 상대방의 채팅방에는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전송 취소’와는 의미가 다르다.
카카오 측이 메시지 전송 취소 기능을 바로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정책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람간 대화 중에는 말이 잘못 나오더라도 주워담을 수 없는 것처럼, 실생활 대화와 소통을 위한 플랫폼인 카카오톡에 전송 취소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도입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다만 많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인 만큼 논의를 거쳐 추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앱들은 전송 취소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미국의 인스턴트 메시지 ‘스냅챗’이 지난해부터 차례로 전송 취소 기능을 추가했으며, MAU가 15억명에 달하는 ‘왓츠앱’은 해당 기능 업데이트를 검토 중이다. 독일의 ‘텔레그램’은 전송 취소는 물론 메시지 편집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라인이 이용자 8,57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메시지를 잘못 보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메시지 전송 취소 기능이 필요한 이유는 ▦오탈자가 있는 메시지를 보내서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서'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서 등이 순서대로 꼽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