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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문무일 총장 리더십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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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문무일 총장 리더십엔 상처

입력
2018.05.21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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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외압’ 고위 간부 불기소 결정

검찰 자문단, 총장 손 들어줬지만 조직 타격

# “자문단 아닌 검찰 자체 판단했어야”

지휘ㆍ보고 체계 개선 요구도

“부당한 지시 이의 매뉴얼 만들 것”

권성동 구속영장서 ‘수사 외압’ 제외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굳은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굳은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뇌부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재수사 지휘를 놓고 불거진 ‘검란(檢亂)’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내부 의사결정체계 재점검과 실질적 이의제기권 보장 등의 숙제를 안게 됐다.

일단 최근 ‘항명’ 사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민감한 사건 처리 결정권을 외부에 맡겨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지난 15일 문 총장을 겨냥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전문자문단’ 구성 문제에 불신을 품어서다.

애초 수사단은 지난달 25일 문 총장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관심 사안의 외부시각을 들어보겠다며 올 1월 문 총장이 변호사 교수 기자 등으로 꾸린 위원회다. 그런데 문 총장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거부했고, 대신 법률가로 모인 전문자문단 구성을 수용했다.

문 총장 직속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사장 2명을 수사 외압 혐의(직권남용)로 기소할 방침을 정한 수사단 입장에서, 이번엔 자문단 면면이 달갑지 않았다. 대검이 자문단원 후보 10명을 추려 수사단이 반대한 5명을 빼고 수사단이 추천한 2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7명을 정했다고 하지만, 수사단은 불편한 속내를 품었다.

결국 대검 쪽에 치우친 자문단 결론에 따라 수사단이 불기소 처분을 발표할 텐데 ‘그리 되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겠냐. 그러니 의사결정 과정을 밝히자’는 취지로 수사단이 폭로성 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 2월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가 문 총장의 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3시간 만에 나온 자료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총장이 자신의 결정권을 명확히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예외적 기구를 갑자기 만드니 ‘흘러가는 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고, 안 검사의 기자회견도 그런 인식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며 “총장이 자신의 최종결정권을 적극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과 일선 간 지휘 및 보고 체계 역시 개선해야 한다. 서울 소재 검찰청 부장검사는 “수사검사 판단과 배치되는 대검의 의중이 내려갈 땐 전화나 (검찰 내부망) 쪽지로 ‘압수수색 보류하라’ ‘현 단계서 특정인 소환을 왜 하냐’고 하지 말고 서면으로 지시 내용과 사유 등을 정확히 남겨야 한다”며 “프랑스도 서면 지휘 규정이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상 검사의 이의제기권이 실질 보장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대검 관계자는 “부당한 지시가 있다면 일선에서 ‘필히’ 이의제기를 하게끔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윗선의 잘못된 지시에 두 차례 이의제기했다면 이후 위계 등 이유로 그 지시를 따랐더라도 책임을 면해주는 독일 공무원법 규정도 참고하고 있다. 아울러 “지휘ㆍ보고 관련해서도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세부적인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사단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업무방해와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19일 청구했다. 대검 간부와 연결된 ‘외압’ 부분은 자문단 심의 결과에 따라 영장에서 빠졌다. 영장심사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까지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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