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등 의사당서 규탄
방문 도시 다국계 시민 집회 이어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일본 침략 범죄와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가 현지 곳곳에서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현지 한ㆍ미ㆍ중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은 28일 워싱턴시 의회 의사당 앞에 모여 아베 총리의 역사관을 규탄했다.
이 할머니는 연설을 통해 “아베는 계속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간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내가 바로 15세 때 일본의 대만 가미카제 부대로 끌려간 역사의 산 증인이다”라며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아베는 지금이라도 공식 사과를 하고 법적으로 배상해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당에 직접 들어가 아베가 의회 연설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두 눈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할머니는 연설 끝에 수요집회 때마다 부르는 민중가요 ‘바위처럼’을 직접 불러 참석자들을 울렸다.
중국계 제프리 천 ‘아태지역 2차 세계대전 만행 희생자 추모회’ 회장은 “아베 총리는 미 의회 의원 25명이 최근 집단으로 돌린 ‘과거사 직시 연판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무겁게 받아들여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반전단체 ‘앤서 콜리션’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본 주변국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베 총리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이틀 앞둔 이날에는 한국, 중국계 시민 300여명이 이 도시에 위치한 일본영사관 앞에 모여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 대학살 등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베 총리의 시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일본영사관 앞 대로의 양쪽 보도에 나뉘어 서서 ‘아베여, 일본의 전쟁범죄를 기억하라’ ‘염치를 알라’ ‘공식 사과 없이 평화 없다’ ‘아베는 거짓말쟁이’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아베 라이어(아베는 거짓말쟁이)”를 잇따라 외쳤다.
현장에 있던 피터 리 전 럿거스대 사학과 교수는 “일본이 가한 모욕과 상처는 사과 없이 잊힐 수 없다”며 “아무리 늦더라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승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차기 회장도 “아베 총리는 일국의 수상이며 세계의 지도자이면서도 존경을 못 받고 있다”며 “떳떳하게 역사를 반성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달래는 것이 정정당당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29일 합동 연설 뒤 30일에는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찾아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면담하고 5월 1일 로스앤젤레스로 향할 예정이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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