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여야가 철썩 같이 약속했던 법정 기한(7일 의장단 선출, 9일 상임위 구성)내 개원이 물 건너간다. 7일 임시국회 소집에는 여야가 합의했지만 그 전에 여야가 원구성의 기본 줄기를 잡지 못하면 의장단 선출은 어렵다. 연휴기간 교황 선출 식 협상을 통해서라도 결론을 내 법정기한 내 개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
원구성 협상의 지지부진에는 새누리당 책임이 크다. 총선 직후만 해도 원내 1 당인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고 새누리가 법사위원장을 맡는 틀에서 18개 상임위를 더민주 새누리 국민의당이 8:8:2 비율로 배분하는 방안이 유력시 됐다. 그런데 새누리가 국회의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원만하게 풀려갈 것 같던 원구성 협상의 기본 틀이 흐트러졌다.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새누리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구성 전 복당은 없다고 밝혀 국회의장직을 원내 1당인 더민주에 넘기는 데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새누리 몫으로 돌아간다면 의장 1순위로 꼽힐 8선의 서청원 의원도 의총에서 “여당이 국회의장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던 새누리 기류가 갑자기 바뀐 것은 더민주가 의심하듯 청와대의 작용이거나, 법사위 운영위 예결특위 등 자신들이 확보하고 싶은 상임위 위원장들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일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거나 여소야대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사전에 내정되지만 어쨌든 무기명 자유 투표 형식을 거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동의하지 않는 국회의장은 있을 수 없다. 선별 복당을 통해 원내 1당을 만들어 국회의장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지만 안 될 일이다. 두 야당이 동의할 리 만무하고, 극단적으로 야당이 자유투표를 하겠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국회의장은 더민주가, 법사위원장은 새누리가 맡고, 운영위원장과 예결특위원장을 더민주와 새누리가 하나씩 나누는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청와대를 소관하는 운영위를 버릴 수 없고, 예산이 걸린 예결특위도 포기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다 가질 길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 문제나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등에서 전혀 여소야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4ㆍ13총선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정치현실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착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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