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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 돈 문제 모두 박근혜가 안다고 잡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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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 돈 문제 모두 박근혜가 안다고 잡아 뗐다”

입력
2016.10.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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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 구국선교단 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날 최태민이 총재로 있는 이 단체의 명예총재로 추대된다. KBS 페이스북 영상 캡처
1975년 5월 구국선교단 기도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날 최태민이 총재로 있는 이 단체의 명예총재로 추대된다. KBS 페이스북 영상 캡처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 1970년대부터 당시 영애(令愛)이던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거침 없이 부정 축재를 저지른 정황을 엿볼 수 있는 글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사이비종교 비판ㆍ고발에 애썼던 탁명환씨가 자신이 발행ㆍ편집인을 맡아 내던 월간 현대종교 1988년 6월호에 직접 쓴 연재물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이라는 글이다. 내용을 읽어보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이미 40년 전 그의 아버지 대에 있었던 일의 확장판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탁명환씨는 이 글을 1975년 8월 14일 국립묘지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1주기 추모예배 장면 묘사로 시작한다. 그날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가 있었는데, 국립묘지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최태민이 총재를 맡은 대한구국선교단, 대한구국십자군 총사령부였다. 이 행사는 “기라성 같은 기독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흠 잡을 데 없이 잘” 치러졌으나 정작 행사를 준비한 “최태민은 목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기독교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순서에서 제외되고 근혜양 주변에서 맴돌았다”.

탁씨의 글은 이어 최태민을 이렇게 묘사한다. “고려 말 괴승 신돈처럼 홀연히 나타난 최태민 총재는 과연 추모예배를 드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독하게도 가난에 찌들어 고생하던 최태민은 대통령 영애 근혜양을 업고 구국선교단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하면서 돈을 물쓰듯 했다.” 그는 “최씨의 아들이 인천에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 집도 사주고 돈도 풍족”하게 주었고 “가끔 손주들을 보면 과자 값이라고 쥐어주는 돈이 100만원짜리 수표일 때가 있어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당시 (최태민이)딸을 결혼시켰는데 결혼식장은 그야말로 경제계 정부 관리 등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하객들이 몰려 들었다”며 “이것은 권력의 냄새만 피워도 쉬파리떼들처럼 몰려드는 당시 권력형 종이호랑이의 단막극을 여실히 입증하고도 남는 생생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간 현대종교에 소개된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 행사 안내 공고.
월간 현대종교에 소개된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 행사 안내 공고.

탁씨는 최태민에 대해 “중이 염불에는 무관심 하고 젯밥에만 정신”이 가 있듯 “‘구국’에는 구호뿐이지 사실은 축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이렇게 묘사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재벌급 기업인들에게 전화 다이알을 돌리는 것이 일과였다. 항상 검은 안경을 끼고서 오만하게 앉아 재벌들에게 전화질을 하면서 꼭 근혜양을 팔았다. “명예총재인 영애께서 필요로 하는 일이다,협조 부탁한다”고 하면,재벌들은 모두 꺼벅 죽는 시늉까지 했다.” 그렇게 챙긴 돈으로 서울 아현동 서울신학대학 건물을 당시 돈 9억원에 매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최태민 주위에 “구름떼처럼 몰려든 목사들”에게 최태민은 “교인들을 통해 돈이 될만한 건수를 물어오면 그것을 해결하고 돈을 받아 선교회 사업에 쓰겠다”며 사건 브로커를 자처했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갈등도 적지 않았다고 탁씨는 전했다.

최태민의 이 같은 행각을 정부 쪽에서도 모른 척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권력을 빙자한 비행이 정보기관에 속속 접수되었다. 그 중에는 야인생활을 하던 김종필씨도 최태민씨의 그러한 행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했고 바로 잡아 보려고 했으나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필자가 최태민씨의 내막을 발표하려고 하자 당시 중앙정보부의 모 과장이 찾아와 “그 사건을 파헤치면 신상에 좋지 않다. 영애가 관련된 일이니,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신상에 유리하다”고 협박을 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 중 얼마 후에는 정보부의 다른 파트에서 찾아와 최태민씨를 조사하게 되었으니 자료를 좀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10ㆍ26 사건 이후 최태민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 최태민은 돈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영애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촌의 S호텔과 청계천 7가의 S호텔에 수사본부를 정해 놓고 서울지검 도모 검사를 책임자로 하여 수십 명의 수사진들이 달려 붙어,전국 규모의 조사를 했다. 엄청난 사건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조사는 한 달 가량 계속되었다. 외곽 수사가 다 끝나고 증거까지 완벽하게 확보해 놓은 후 마지막으로 최씨를 불러 조사했다. 그때 돈 문제는 전부 박근혜양이 아는 일이라고 잡아 떼고 책임을 떠다 밀어버렸다고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근혜양이 개입된 것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자 수사진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자녀에 대한 예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탁씨는 “기업인들로부터 거두어 들인 엄청난 돈이 무위도식하던 최태민씨의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 시대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며 “더구나 어린이회관 월간 어깨동무사에도 최씨와 최씨의 딸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으나 수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도 썼다. 여기 등장하는 ‘딸’이 바로 최순실이다.

이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최태민씨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하면서 주변에서 지켜보다가 탈퇴한 강모씨는 박근혜양에 대한 항간의 소문처럼 최면술로 세뇌가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너무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영애가 최씨의 그럴사한 미혹에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탁씨는 “최태민씨의 구국선교단 사건은 확실히 암흑기의 권력형 부조리와 야합한 우리 시대의 단막극이라고 볼 수 있다”며 “최태민씨의 정체도 미쳐 살펴볼 겨를이 없이 권력의 막강한 배경이 뒤에 있다는 말에 허겁지겁 뛰어들어 온통 기독교계의 물을 흐려놓은 장본인들이 오늘도 일언반구의 회개조차 없이 아직도 지도자연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엄청난 축재를 하고 부동산 등기조차 자신의 명의로 해놓고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재산을 수사 당국에서는 밝혀내어 국가에 귀속시켜야 된다는 소리가 높다. 13대 국회에서 국정 조사권을 발동해서라도 수사 기록을 발표하여 국민의 의혹을 풀도록 해야 할 것이며 불로소득의 재산은 사회사업기관이나 국가에 귀속시켜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권력의 장단에 놀아난 성직자들은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회개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러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우리 주변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좋은 교훈으로 삼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고 글을 맺었다.

김범수 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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