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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 전 주미대사 “북이 핵 포기 않는다는 생각은 패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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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 전 주미대사 “북이 핵 포기 않는다는 생각은 패배주의”

입력
2018.02.04 16:4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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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은 양성철 전 주미대사가 최근 북핵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하며 전쟁은 공멸만 부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은 양성철 전 주미대사가 최근 북핵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하며 전쟁은 공멸만 부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막스 베버는 이상적 정치인을 일러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벌써 패배주의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반드시 포기시키는 것, 바로 정치의 영역이어야 합니다.”

신간 ‘학문과 정치’(고려대출판문화원)를 내놓은 양성철(79) 전 주미대사를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났다. 베버를 제대로 알고 싶어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 두 논문을 번역하다 21세기 전자 인간 시대의 학문과 정치로 주제를 바꾸었다. 책 분량만 750쪽이다. 양 전 대사는 “대상포진 걸리면서 쓴 것”이라며 웃었다.

왜 지금 베버인가. 그는 “정치의 원형 그 자체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북핵 문제 또한 정치의 원형 그 자체다. 양 전 대사는 한국일보 기자, 미국 켄터키대ㆍ경희대 교수를 거쳐 김대중 정부 후반기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정연설은 어떻게 봤는가.

“그 자리에 트럼프와 의회가 초대한, 북한 여행 중 납치됐다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그의 부모의 모습과 탈북자 지성호 장면과 언급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면서 ‘최고도의 압박’ 정도만 얘기했다. 상대적으로 정제되어 있고 안정적이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보다 ‘불안’ 쪽 아닌가.

“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국방부나 주한미군 같은 곳만 해도 일흔, 아흔 넘어서까지 북한 문제만 20~30년간 다룬 노련한 전문가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일상 뭔가 과단성 있는 결론을 내놓을 수도 있다.”

-연두교서에서 정제된 표현으로 인권에 대해 말한 게 더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코피’만 내겠다지만 한반도의 군사분쟁이 위험한 건 자칫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은 무기와 기술 수준이 다른 시대다. 남북은 물론 주변국도 공멸한다. 전쟁을 남 일 말하듯 해선 안 된다.”

양성철 전 주미대사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의 기반은 한미동맹임을 강조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양성철 전 주미대사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의 기반은 한미동맹임을 강조했다. 박미소 인턴기자

-빅터 차와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안다. 주한대사 낙마를 둘러싼 해석이 구구하다.

“빅터 차는 아들 부시 정부 때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호키시 인게이지먼트(Hawkish Engagement)’라는 용어를 쓴 글을 내면서 주목받았다. 개입, 관여 정책을 하면서 거기다 ‘매파적’이라 붙인 것이다. ‘둥근 네모’ 같은 일종의 형용 모순인데 강경파니까 그런 말을 했다. 성향 차이 때문만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가.

“지난해 방미 전에 봤다. 그때 누가 뭐래도 북핵 해결 때까지는 한미관계가 최우선이라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 미국 뉴욕에 가서 헨리 키신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키신저는 ‘중국이 부상한다고 한국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중국도 중요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65년 군사동맹을 맺은 한미관계만큼은 아니다. 중국에게든 북한에게든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선 안 된다고 명백히 말할 필요가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 구성 문제 등에서 젊은 층의 반발이 논란이었다.

“그게 대단한 갈등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해는 한다.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세계가 있는 거니까. 잘 설명해주고 다독이면 된다고 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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