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응 부실 책임자에 전권 부여
민간공동팀장 행정권 수행 의문도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즉각대응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도록 하고, 병원의 폐쇄명령권과 행정지원 요청 명령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공동 팀장에 메르스 초기 부실 대응의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임명돼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 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의대 교수)과 장옥주 복지부 차관을 공동팀장으로 하는 메르스 즉각대응TF를 구성했다. 여기엔 감염병 전문가 13명이 참여한다. 전날 박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를 방문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방역대책 본부에서 전문가들이 전권을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신설된 즉각대응TF는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병원 강제폐쇄를 포함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팀장을 맡은 박 차관은 메르스 확산 초기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장으로 정부 대책을 총괄하면서 부실ㆍ늑장 대응과 관리 소홀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게다가 그는 방역 전문가도 아니어서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인 신분인 김 이사장이 강력한 행정권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메르스 사태 초기 “메르스는 공기 중 전파가 안 된다”고 말하는 등 메르스의 병원 밖 전염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해왔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조직 중복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설 팀은 기존에 있던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과 큰 차별성이 없고, 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등 지금까지 꾸려진 3개의 정부 대응팀과 역할 분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정책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병원폐쇄 권한까지 부여되는 메르스 즉각대응팀장을 민간인에게 맡기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차관급이던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놓고 이제 와서 차관에게 다시 강력한 권한의 팀장을 맡기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대책본부에 권한을 주고 위상을 격상시켜 힘을 실어주면 되는 것인데, 신설 팀을 만들어 기존 팀들과 역할을 중복시키는 것은 오히려 정부 대응에 혼선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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