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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모금 광고 줄잇는데… 공시 내역에서 광고비 지출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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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모금 광고 줄잇는데… 공시 내역에서 광고비 지출은 '0'

입력
2015.12.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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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액 상위 20곳 중 13곳이나

효율성 커 보이려 축소 기입 의혹

단체들마다 광고 활동 분류 제각각

"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 요구도

미국에선 광고비도 구체적으로 나눠

“여러분이 모아주는 소중한 마음이 어렵게 살고 있는 아이들의 꿈과 밝은 미소를 지켜줄 것입니다.”

TV, 라디오, 신문 등 대중매체에 실린 이 같은 구호 기부금 모금 광고는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기부금을 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모금 광고를 하는 단체 중 일부는 국세청 공시 항목 중 광고선전비에 비용을 전혀 지출하지 않았다고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선전비는 인건비와 마찬가지로 사업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이다. 때문에 사업 효율성이 커 보이게 하려고 고의로 광고선전비를 축소 기입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해당 단체들은 광고선전비를 비롯한 모금비용을 모든 사업별로 꼼꼼히 기록하기에는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모금 사업하는 공익법인이 모금비용을 0원으로 기재…

본보가 지난해 연간 기부 모금액 상위 20개 공익법인의 공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어린이재단, 기아대책 등 13개 법인이 광고선전비 지출을 0원으로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단체 대부분은 지금도 모금 홍보 영상을 각종 매체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고에 출연하는 배우, 감독들이 재능기부를 해 비용을 절약하더라도 대중매체에 지불하는 광고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 광고를 중개해주는 한 업체 관계자는 “횟수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한 달 기준 한 채널에서 20~30회 광고가 나가는 경우 비용은 최소 1,0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배너 광고를 게재하는 데에도 수백~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고선전비를 0원으로 기록한 것은 성의 없는 부실 신고이거나 의도적인 실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광고선전비가 기부의 필요성을 알려 간접적으로 기부금 모금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직접적으로 모금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사업관리비 항목 아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모집비용’, ‘기타모금비용’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모금 사업을 하는 공익법인인데도 정작 국세청 공시에서는 기부금품법상 모집비용 및 기타모금비용을 전부 0원으로 기록한 곳도 8곳이나 됐다. 이들 역시 사업관리비로 분류되는 모집비용을 줄여 결과적으로 사업 효율성이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모금비용과 광고선전비를 전부 0원으로 공시한 단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모금 사업을 하기 위해 사용되는 홍보 비용, 방송과 행사 관련 비용들은 사업관리비가 아닌 사업비 아래의 광고선전비로 편성돼 있다”며 “속이려 한 것은 아니고 홍보 비용도 종류가 다양해 국세청 공시 양식만으로는 다 분류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방송을 통한 모금활동과 언론홍보 등에 사용한 광고선전비는 4억~5억원이고, 전체 모금활동에 사용한 비용은 81억원에 달한다.

단체마다 ‘관리비’ 해석 제각각, 가이드라인 필요

사업비와 사업관리비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한 단체들은 사업관리비 중 광고선전비에 해당하는 활동은 어디까지로 분류할 것인지 단체들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다. 이들 단체는 “매뉴얼이 보완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나 국세청에서 제대로 된 가이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1년간 모금에 들어간 비용을 총 1,500만원가량으로 공시한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국세청이 공고한 사업관리비는 사무국 예산의 관리, 운영을 말하는 것으로만 이해했다”며 “아이들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알리고 인식개선을 하기 위한 사업캠페인은 단순히 재단을 광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광고선전비가 아닌 사업비로 구분해 집행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경우 기타모금비용에 63억여원 쓴 것으로 공시했지만 광고선전비로는 겨우 1,100만원만 신고했다. 유니세프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대형 비영리단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유니세프 관계자는 “홍보캠페인에 들어간 활동비나 토론회 개최 비용, 광고비용 등은 모두 기타모금비용으로 들어갔다”며 “광고선전비에는 갑자기 발생한 재난에 대한 긴급구원 프로모션 비용이나 원래 모금비용에서 누락된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공익법인들이 제출하는 국세청 세무보고양식 IRS 990에서 인건비와 광고선전비에 들어간 지출액을 프로그램, 모금, 행정에 사용된 금액으로 나눠 구체적이고 까다롭게 요청하고 있다. 상세 지출내역을 밝혀 기부자들이 보고 공익법인의 효율성을 손쉽게 판단하게 하기 위해서다. 국내 비영리단체들도 협의체인 ‘NPO 공동회의’를 통해 지난 18일 공시 양식 개정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등 이러한 문제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김희정 공동회의 사무국장은 “단체들의 특수성은 배제한 채 일괄적으로 만든 국세청 양식에 적용하다 보니 이 같은 오해가 빚어지는 것이지 기부자들을 속이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체들도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미국 사례를 참고해 투명하게 내역을 보여줄 수 있는 양식으로 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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