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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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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시작

입력
2016.08.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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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로비로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로비로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채권단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한 한진해운이 결국 3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해외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가압류와 입항 거부가 잇따르는 등 후폭풍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해운업계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5,3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가 30일 오후 싱가포르 항구에서 가압류됐다. 싱가포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한 선주는 독일 리크머스다. 중동 노선을 운항하는 이 선박은 한진해운 소유의 사선(社船)이지만 리크머스는 한진해운에 빌려준 다른 배의 용선료를 받지 못하자 이 배를 압류했다.

한진해운이 빌려 사용하는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3,500TEU급)도 이날 부산항 입항 전 운항이 중단됐다. 싱가포르 선주 PIL이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한 것이다. 다른 선주들의 용선 회수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샤먼, 스페인 발렌시아,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의 항만에선 비용을 현금으로 결제하라며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접안료와 하역료 등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또 선주의 요청 등에 따라 선박이 가압류될 경우 부두의 공간만 차지하게 되는 상황도 막기 위해서다.

한진로마호에 화물을 실은 국내외 화주들은 최소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박지에 가압류가 되면 해제 전까지 부두 접안과 하역이 불가능하다. 법정관리 신청 시 국내에서는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미국 일본 등 협약을 맺은 11개국을 제외하면 이러한 효력이 제한된다. 이런 곳에서는 먼저 법원에 신청하는 채권자가 얼마든지 가압류를 할 수 있다. 한진로마호처럼 용선이 아닌 사선도 가압류가 가능한 만큼 다른 선박들도 똑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가압류 시 선적된 화물은 기항지에서 전량 강제 하역될 수도 있다. 화주는 직접 다른 선박을 섭외해 옮겨야만 한다. 벌크선의 경우 대부분 화주가 1명이지만 컨테이너선은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해 선박 가압류로 인한 대혼란은 불가피해졌다. 특히 선박 운송이 많지 않고 복수의 해운사를 이용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수출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해운업은 우리 수출입 물량의 99%를 책임졌다.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맡아 온 역할은 이중 2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청산으로 가게 돼 기존 한진해운 물동량이 한꺼번에 빠지면 대체 선박 확보와 수출입 물량 운송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선박 가압류와 용선주의 선박 회수, 입항 거부가 계속될 것”이라며 “화주는 나중에 화물 배송 지연과 추가 비용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한진해운이 청산되면 소송할 대상마저 사라진다”고 말했다.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간 해양수산부도 “우리 해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 앞으로 2, 3개월간 수출입 화물 처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해운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사의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평소 북적거렸던 로비도 조용했다. 선박 입항 거부 등으로 일부 직원은 할 일을 사라져 버렸다. 10년 넘게 근무한 한 직원은 “모두 평소처럼 자리에는 앉아 있지만 의욕이 떨어져 있다”며 “벌써부터 이직 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거나 좌절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동요하지 말고, 묵묵히 본업을 이어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란 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한 한진해운 직원은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회장이 한진해운을 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구안에도 의지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전ㆍ현직 회장들의 이기적인 작태로 소생할 동력을 잃었다”며 “이대로 청산절차를 밟게 되다니 억울하다”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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