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율 상위 30곳 절반이 ‘강남3구ㆍ양천구’
양극화 점점 심화… 강남8학군 부활 현실화 우려
서울 지역 일반고ㆍ자율형공립고(자공고) 간 학생 지원경쟁률 격차가 최대 18.5배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상위권 학교 절반은 강남3구와 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에 몰려 있었다. 교육당국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ㆍ외국어고(외고) 폐지 정책이 강남 8학군 부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올해 일반고와 동시선발이 실시되는 등 폐지 정책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일반고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18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단계(1단계 서울 전역 20%, 2단계 거주지 학군 40%, 3단계 통합학군 40%)로 진행된 2018학년도 일반고ㆍ자공고 배정 1단계에서 학생들이 1순위 지망 학교로 가장 많이 선택한 학교는 강서양천 학군의 A고로 1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율이 가장 낮았던 비강남권 B고의 0.75대 1과 비교하면 18.5배 더 높은 경쟁률이다.
강남서초 학군의 C고가 13.8대 1로 뒤를 잇는 등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학교는 모두 5곳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선지원 후추첨)에 따라 1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서울 전체 학교 중에서 1ㆍ2지망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서울 지역 학교 간 선호도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상위권에 오른 고교는 수년 간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낸 곳들이다. A고는 과학중점학급을 운영하며 의대 진학 희망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2위인 C고도 최근 3년 간 매년 10명 이상의 서울대 수시 합격ㆍ등록 학생들을 배출해 왔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1단계 1순위 지망이 많았던 상위 30개 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8.49대 1로, 하위 30개교 평균 경쟁률(1.78대 1)보다 4.8배 높았다.
특히 학생의 선택이 ‘교육특구’ 지역 학교에 쏠리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상위 30개교의 절반(15개교)은 11개 학군 가운데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와 양천구에 몰려있었다. 강동송파 학군이 6개교로 가장 많았고 강서양천 5개교, 강남서초 4개교 등이었다. 이 밖에 동부ㆍ북부ㆍ성북강북은 각각 3개교, 서부 2개교, 동작관악 2개교, 남부ㆍ성동광진 1개교 순으로 나타났다.
통학거리에 상관없이 타학군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많이 선택한 곳들도 이들 ‘교육특구’ 학군에 집중됐다.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거리가 30분을 초과하는 ‘먼 거리’ 지역의 학생들이 다수 지원한 상위 30개 학교를 분석한 결과 이 또한 강서양천 학군이 6개교, 강동송파가 5개교, 강남서초가 4개교로 50%를 차지했다. 전년(36.7%ㆍ11개교) 대비 13.3%포인트나 높아졌다. 통학에 긴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교육특구’에 위치한 학교들을 다니겠다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반면 하위 30개교 가운데 17곳(56.7%)은 1단계 1순위 지망 경쟁률이 2대 1을 채 넘지 못했다. 이 중 3곳은 1단계 모집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어 지원율이 각각 0.75대 1, 0.85대 1, 0.97대 1 남짓이었다.
이처럼 뚜렷한 일반고 간 선호 격차를 볼 때 전문가들은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고입부터 외고ㆍ자사고ㆍ국제고와 일반고의 학생 동시선발이 강남 8학군(강남ㆍ서초구)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외고ㆍ자사고에 탈락하면 비선호 일반고로 배정되는 체계로 변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피해 이들 학교 대신 명문 일반고에 지원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명문 일반고에 지원하더라도 배정 체계상 1단계에서는 20% 학생들만 배치되기 때문에 결국은 특정 학군으로 이사해 안정적으로 진학하겠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일반고 격차 완화 등 현실적 해법이 함께 제시되지 못하면 자사고ㆍ외고 폐지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 간 격차는 대학 입시에 유리한 학교를 찾으려는 학부모들의 교육 수요와 직결된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우수 교사와 프로그램을 골고루 배치해 학생들이 어느 학교에서든 원하는 대학에 진학, 혹은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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