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이 정도면 됐다” 반대 의원 제압
박병석, 정세균ㆍ이정현 세번씩 만나 설득
박지원도 대치 물꼬 트는데 역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중단 및 여당의 국정감사 복귀 방침이 나오기까지 8선의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5선의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4선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물밑에서 중재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맏형인 서 의원의 리더십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진가가 발휘됐다. 이 대표가 박명재 사무총장을 통해 “국감 복귀를 전제로 단식 중단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로 그 의총장에서다. 당시 일부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빈손 복귀’를 비판하려 하자 서 의원은 “이 정도 했으면 됐다”며 반대 목소리를 제압했다. 서 의원의 한 마디에 좌중의 소란은 정리됐고, 국감 복귀가 결정됐다. 서 의원은 의총 직전 기자들을 만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여당 지도부와 정 의장 사이의 물밑 중재자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서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 대표의 돌발적인 국감 복귀 주장으로 당내가 혼란스러웠을 때도 이 대표를 겨냥해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감에 복귀는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훈수를 뒀다. 서 의원은 지난달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발언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에서도 국회 최다선으로서 중재 역할을 자임했다. 당시 그는 정 의장을 만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제안한 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는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서 의원은 당 지도부 소속은 아니지만, 친박계 좌장으로 청와대와 교류가 가능하고 유력한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꼽히기 때문에 의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박병석 의원이 지난 일주일간 정 의장과 이 대표를 각각 3번씩 만나며 막후에서 움직였다. 정 의장에게는 유감 표명을, 이 대표에게는 국감 복귀를 설득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외에도 정 원내대표, 서 의원 등 여당 핵심 인사를 두루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국회 파행에 대해 여야 공식 라인에서 열심히 조율했지만, 이들이 갖는 부담도 있기 때문에 이럴 때 중진으로서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 사이를 오가며 꽉 막힌 대치의 물꼬를 트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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