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우리말 톺아보기] '밖에'의 띄어쓰기

입력
2015.08.18 14:51
0 0

주말 저녁, 외국의 어느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TV로 보고 있었다. 한 소녀가 뭐라고 말을 하자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요.’라는 자막이 나타났다. 얼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다면 ‘이 안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병든 부모님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 학교에도 못 가고 물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곧 펼쳐졌다.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요.’라고 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차이다. ‘밖에’를 앞 말과 띄어 쓸 때와 붙여 쓸 때는 의미가 달라진다.

앞 말과 띄어 쓰는 ‘밖에’는 명사 ‘밖’에 조사 ‘에’가 결합된 것으로, 일정한 범위나 한계 바깥을 의미한다. 이 ‘밖에’는 ‘안에’의 반대말이므로 ‘창 밖에 비가 내린다’는 말은 ‘창 안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고 ‘문 밖에 누가 왔다’는 ‘문 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때 ‘밖’은 ‘안’과 마찬가지로 독립된 명사이므로 앞 말과 띄어 쓴다. 물론 다른 말이 앞에 나올 필요 없이 단독으로도 쓰인다. ‘밖에 오래 서 있었더니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가 그런 예이다.

이와 달리 항상 앞 말에 붙여 써야 하는 ‘밖에’는 ‘그것 말고는’의 뜻을 나타내는 조사다. 뒤에는 반드시 부정적 뜻을 지닌 말이 온다. ‘동생이 하나밖에 없다’든가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처럼 쓴다. ‘동생이 하나밖에 있다’든가 ‘돈밖에 아는 구두쇠’ 같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 예로 든 TV 자막의 ‘밖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있다’로 바꾸어서는 문장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앞 말과 붙여 쓰는 조사임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