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나 선생님이랑 일본 여행도 가고 결혼식 축가도 불러 드리기로 했었는데….”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교사 유니나(28ㆍ여)씨의 시신이 9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단원고가 처음이지 마지막 부임지가 된 유씨 빈소에는 54일 동안 스승을 애타게 기다렸던 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12년 유씨가 교사 임용 직후 담임을 맡았던 제자 김동연(19ㆍ여)씨는 “선생님은 항상 우리에게 ‘뭐든 잘 할 것’이라고 용기와 믿음을 주셨다”며 “대학 진학 후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다가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용기를 낼 정도로 제 인생의 길잡이셨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와 함께 빈소를 찾은 안은비(19ㆍ여)씨는 “20살이 되면 선생님과 함께 술도 마시고, 일본 여행도 가고, 선생님 결혼 때는 축가도 불러드리려 했었어요. 특히 축가는 선생님의 첫 담임 반이었던 우리가 꼭 불러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이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됐어요”라며 스승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쏟았다.
“수능시험 전날 선생님께서 2학년 때 제자들인 우리들 20여명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하나하나 직접 포장해 주셨어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 해 스승의 날에 우리 반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귀고리와 목걸이 세트를 선물하면서 선생님을 꼭 안아드렸는데, 선생님께서 많이 우셨어요. 아직도 그 날 기억이 생생한데….” 유씨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스승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말들은 끝이 없었다.
단원고 재학생들과 동료 교사들도 수업을 마치고 유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항상 우리를 아껴준다는 것이 느껴져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울먹였다.
유씨의 빈소에는 갈색 재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 외에도 학생들과 다같이 찍은 사진 등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6장이 함께 놓여져 조문객을 맞고 있다. 유씨의 장례는 불교 형식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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