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프랑스의 ‘크레아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손 의원이 비교해서 보여준 자료를 보면 빨강, 파랑 두 색을 쓰고 ‘CREATIVE’라는 단어를 국가명 앞에 썼다는 점에서 의심을 살 법하다.
표절은 시시비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 우선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다. 게다가 국내는 논란 자체가 잠시 떠들썩했다 묻히기 쉬운 풍토다. 문학, 미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표절 문제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모티프만 활용했을 뿐’이라는 식의 해명만으로 쉽게 잊혀진다. 의혹 제기가 찬반 진영 논리에 희석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화체육관광부 당국자는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법적으로 진짜 표절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사전 단계에서 이미 다 검토했다” “문구의 성격이나 디자인이 다르니 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들이 이어졌다. 이 당국자는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이 ‘크리에이티브 브리튼(CREATIVE BRITAIN)’, 미국이 ‘크리에이티브 아메리카(CREATIVE AMERICA)’라는 로고를 만들어 쓴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래서 ‘크레아티브 프랑스’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크리에이티브 아메리카’의 존재를 빤히 알고도 굳이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고집한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행정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인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였다. 전문가들이 문제 없다고 판단한 이상 제동을 걸 수 없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정작 35억원의 예산 가운데 디자인에 들인 돈은 2,000만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내외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한다. 국가브랜드는 몇몇 전문가들이나 부처, 기관들끼리 돌려보고 마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라고 내세울 홍보 문안이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이런 수고와 비용을 들였을 것이다. 결과물을 두고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법적 논란이나 전문가 판단만 중요한 게 아니라 해외 유사 브랜드와 비교해 본 대중의 인식 또한 이 브랜드 디자인 활용의 가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적잖은 예산을 들였지만 이 브랜드에 대한 평은 여러 점에서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최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디자인인문연구소장은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빨강, 파랑색의 경우 “문체부는 태극에서 따왔다고 설명하는 데 정작 태극기 색과 다르다. 아마‘크레아티브 프랑스’ 등을 의식해 흰색을 많이 섞은 게 아닌가 싶다”고 그는 말했다.
두 번째는 ‘과정’이다. 최 소장은 “표절이나 디자인 수준보다 더 문제인 것은 35억원 중 디자인에 고작 2,000만원을 들인 점”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현 정권에서 반복하고 있는 구호를 연상하게 하는 ‘Creative’라는 단어를 도출하기 위해 34억 8,000만원이라는 ‘여론 조성 비용’을 쓴 게 아니냐는 얘기다. 최 소장은 “‘답정너’ 같은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영국은 19세기 낡은 제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를 내세웠고, 캐나다는 ‘미국에 딸린 그저 그런 국가’란 오랜 농담에 맞서기 위해 ‘노우 캐나다(Know Canada)’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알고 보니 프랑스가, 미국이, 영국이 이미 써와 그 뜻과는 달리 그다지 참신하지도 않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 던지려는 메시지는 과연 뭘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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