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조위원들 불성실한 태도 눈살 자리 비우고 졸고 나온 질문 반복도
정부는 자료제출 기피·책임 전가만 "의혹 밝혀낼지 벌써 의문" 우려
여야 간 힘겨루기로 한달 간 표류했던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30일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가동됐지만, 당장 일부 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여 국정조사가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졸거나 딴 소리하거나” 한심한 국조위원들
세월호 국조특위 첫 기관보고가 열린 30일 오후 3시 국회 본청 245호 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한창 질의를 하던 시각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포착됐다. 목을 뒤로 젖히고 의자에 기대 눈을 붙이던 이 의원은 옆에 있던 의원의 제지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는 1일 국방부 안행부 기관보고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강력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은 장시간 자리를 비웠다가 질의시간에는 개인적 소회를 늘어놓거나 이미 나왔던 질문을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보고서는 또 “이완영 의원은 유가족이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분통을 터뜨리자 ‘경비는 뭐하느냐’며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주장했다. 대책위는 “강병규 장관은 해경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이취임식을 이유로 조퇴했는데 국방부가 이번 국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끼리 승강이
기관 보고 이틀째인 1일에는 여야 의원들끼리 고성을 주고받는 승강이도 벌어졌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이 재발방지대책은 서면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하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야당 의원이 그리 잘 났느냐.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라며 언성을 높인 게 발단이었다. “말 같은 말이라니 그게 여당의 자세냐” 등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조 의원은 “여기 있는 정치인들이 뭐 그리 잘 났느냐. 잘못된 죄인의 심정으로 국조를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자료 요구에는 모르쇠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아 벌써부터 국정조사가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이 매 질의마다 “정부가 자료를 줘야 국민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읍소하는 실정. “거듭된 자료 제출 요구에도 기관 보고 당일까지 뭉개고 있다”는 게 여야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해수부 산하 해양플랜트 연구소가 실시한 세월호 침몰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를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해당 부처에 불리한 내용은 삭제해서 제출하는 행태도 적발됐다. 이날 특위에서는 해수부가 사고 이후 1시간 단위로 작성한 상황보고서 내용 중 당초 기재돼 있던 “세월호 선박 증축은 문제가 없다” 등 상당 부분이 삭제돼 제출된 것으로 드러나 야당 의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유가족들도 알고 있는 수준의 내용만 나오고 있어 맹탕으로 끝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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