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망 사업자가 이용료 따라
데이터 전송 속도 차별 가능해져
중소기업ㆍ스타트업 등에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의 근간이 돼 온 ‘망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 폐지를 확정하면서 인터넷 이용의 부익부ㆍ빈익빈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원리가 온라인 공간을 지배함에 따라 정보산업계의 지각변동은 물론, 당장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날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공공 서비스’에서 ‘정보 서비스’로 변경하는 최종안을 공개했다. 2015년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인터넷망사업자(ISP)를 공공재로 분류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 접속량, 내용을 기준으로 속도 및 이용료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확립한 중립성 조항을 없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사용(트래픽)이 많은 사업자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중단될 수 있고,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ISP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AT&T나 컴캐스트 같은 거대 ISP는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할 권한을 갖게 된다.
망중립성 원칙이 끝내 폐지로 결론나자 자유로운 초고속인터넷망 접근을 발판으로 급성장한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FCC가 소비자를 위한 원칙에 반하는 결정을 내려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중소업체나 스타트업 등 소상공인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중소기업은 이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 받게 됐다”고 경고했다. 현재 전체 미국 기업의 99.7%가 500명 미만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80%인 2,300만여개가 1인 사업장이다. 미 중소기업협회(NSBA)는 이런 소규모 업체의 4분의1 이상이 올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성인 미국인의 25% 가량이 지난해 공유 사이트 등 온라인 거래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조사연구 결과(퓨리서치센터)도 있다.
하지만 망중립성 원칙이 사라지면 ISP는 인터넷 속도 등 기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대가로 영세 기업과 개인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부담이 커진 사업자는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신문은 “모바일 사이트 접속 시간이 3초만 넘어가도 방문자의 53%는 창을 닫는다”며 “개방형 인터넷의 포기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창출할 기회를 빼앗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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