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세제개혁의 출발점이 될 올해 세제개편안의 큰 틀이 잡힌 모양이다. 우선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이른바 3대 세목에 대한 명목세율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세제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 개선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소득세 최고세율인 40% 적용 소득구간을 현행 ‘5억원 초과’에서 ‘3억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법인세도 본격 개편에 앞서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올해는 일단 각종 비과세ㆍ감면 제도부터 줄일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올해 세법개정 방향을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올해 세제개편을 최소 수준으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 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약에서 세제개편에 따른 내년 세수 증가액을 최소로 잡아 급격한 개혁은 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같은 맥락에서 “본격적 세제개편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할 것”이라며 본격 세제개편을 위한 ‘조세ㆍ재정개혁특별위원회’ 역시 올 하반기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올해 세제개편은 어차피 내년 이후 대대적으로 이뤄질 본격 증세를 앞둔 ‘준비운동’, 즉 약간의 ‘우회 증세’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올해 세제개편이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조정이나 법인세 비과세ㆍ감면 제도 축소 등을 통한 ‘우회 증세’ 정도에 머물러도 될지 여부다. 당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 공약 이행에 필요한 내년도 추가 예산 중 세제개편에 따른 추가 세수분은 8조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와 내년 초과 세수 예상액만도 각각 10조원에 육박해 애써 공약이행 재원 확보를 위한 세제개편을 서둘 필요는 없다는 계산이다. 요컨대 올해 세제개편에 반영될 ‘우회 증세’만으로도 내년도 공약 이행 예산 확보엔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초과 세수에 기대고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세제개편을 미루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조세ㆍ재정특위를 거쳐 내년 이후 본격 세제개편에 나설 경우, 실제 증세 효과는 2020년이나 돼야 나타나 2019년 공약 이행 재원확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가능하다면 올해 세제개편에서부터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수요를 재산정, 그에 따른 증세 계획을 두고 국민 의사를 묻는 게 옳다고 본다. 공약 이행 재원이 필요한 만큼 증세를 서두르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용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이 반대하면 나라 씀씀이를 줄일 수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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