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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연 이사장도 서울에… 외면받는 세종국책연구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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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연 이사장도 서울에… 외면받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입력
2018.04.16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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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집현전’ 당초 계획 달리

학술회의 70% 이상 서울서 열려

“기반시설 부족ㆍ서울 개최 불가피”

경사연, 세종서 이사회 달랑 6번

5년간 연구원 1700여명 이직도

2014년 말 문을 연 세종국책연구단지 전경. ‘21세기 집현전’을 위해 사업비 1,984억원을 들여 조성된 이곳엔 경제ㆍ인문ㆍ사회 분야 국책연구기관 26곳을 지원ㆍ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와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입주했다. 그러나 경사연 이사회와 연구기관 주요 행사 대부분은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2014년 말 문을 연 세종국책연구단지 전경. ‘21세기 집현전’을 위해 사업비 1,984억원을 들여 조성된 이곳엔 경제ㆍ인문ㆍ사회 분야 국책연구기관 26곳을 지원ㆍ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와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입주했다. 그러나 경사연 이사회와 연구기관 주요 행사 대부분은 여전히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정부는 2014년 말 사업비 1,984억원을 들여 세종시 국유지 7만1,657㎡에 국책연구단지를 준공했다. 행정부의 머리 역할을 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을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모아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탈(脫)서울을 통한 국토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였다. 단지 내 지상 12층ㆍ지하 2층 건물 4개동에는 한국노동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9개 연구기관과, 이를 포함한 경제ㆍ인문ㆍ사회 분야 국책연구기관 26곳을 지원ㆍ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가 입주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 법제연구원 등 다른 6곳도 세종으로 청사를 옮겼다.

그러나 세종 국책연구단지를 ‘21세기 집현전’으로 키우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국책연구기관 학술회의(컨퍼런스)의 70% 이상은 세종이 아닌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을 관리하는 경사연 역시 이사회 회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진행, 연구단지 조성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15일 한국일보가 경사연의 2015~2017년 이사회 개최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50회(서면회의 제외)의 이사회 회의 중 44회(88%)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사장과 민간 선임직 이사 8명, 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 8명으로 구성된 경사연 이사회는 각 연구기관 원장 및 감사 임면, 예산 편성 등 핵심적 의제를 다루는 최고 의결기구다. 이사회는 연구기관 2곳의 원장을 선임하고 2018년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한 지난해 말 회의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외교센터에 모여 의결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을 정한 지난달 회의도 이곳에서 개최됐다.

반면 경사연 이사회가 세종에서 열린 것은 2015년 2회, 2016년 3회, 2017년 1회 등 모두 6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6년 회의 3번 중 2번은 세종에서 20㎞가량 떨어진 충북 오송역의 KOC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국책연구기관의 총괄 관리기관인 경사연부터 주요 의사 결정 대부분을 세종 아닌 곳에서 내리고 있는 셈이다. 한 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경사연 주최 회의나 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게 당연시됐다”며 “이럴 거면 왜 세종시에 연구단지를 조성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잦은 상경은 개별 국책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사연 산하 26개 연구기관이 콘퍼런스를 개최한 장소를 분석한 결과, 총 행사 횟수 251회 가운데 192회(76.5%)가 서울에서 열렸다. 서울에 위치한 연구기관이 서울에서 개최한 컨퍼런스(45회)를 제외해도 서울 편중 현상은 뚜렷하다. 특히 세종에 위치한 15개 연구기관은 이 기간 열린 133회의 콘퍼런스 가운데 115회(86.5%)를 서울에서 진행했다. 세종에서 연 행사 횟수(18회)의 6배를 웃도는 수치다.

국책연구단지의 탈(脫)세종 현상에 대해 경사연 관계자는 “세종에 호텔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참석자들의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경사연 이사회의 경우 선임직 이사(대학교수)는 물론이고 부처 차관들도 서울에서 업무가 많다 보니 불가피하게 서울에서 회의가 열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구단지 내 대강당이나 회의실, 정부청사 인근의 대규모 행사장소인 정부세종컨벤션센터 등을 감안하면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세종을 국책연구 중심지로 육성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부처 차관들이 개인 편의를 위해 서울에서 회의를 여는 걸 방관하는 건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보다 못한 국회가 지난해 세종 국책연구단지 관리감독 책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경사연 이사장을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전환하는 법 개정을 했지만, 지난 2월 선임된 성경륭 이사장은 여전히 전임 이사장들이 쓰던 서울 외교센터 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경사연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1,700명이 넘는 연구원이 이직한 것도 결국 ‘서울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한 당국의 관리 소홀 탓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역임한 성 이사장이 집무실을 서울에 둔 것은 아이러니”라며 “경사연 이사진 가운데 차관급 당연직을 줄이고 선임직도 실제 세종에서 상근하는 연구기관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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