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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험한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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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위험한 가짜뉴스

입력
2017.03.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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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세계의 단어로 ‘탈 진실(post-truth)’을 뽑았다. 실례로 미국 대선과정에서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되었다. 우리도 탄핵과 관련하여 이적단체가 촛불을 지원한다는 가짜뉴스가 유통되기도 했다. 당시 이러한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알려진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팬드래건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게임캐릭터의 주인공이다.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의도적 정보의 확산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정치적 암투의 과정에서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게 하거나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소문을 흘리기도 하였다. 선화공주를 얻기 위한 무왕의 서동요도 의도적 거짓정보의 확산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 한 예로 들어진다. 그러나 오늘날 초연결정보사회에서 거짓정보가 주는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거짓정보는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관련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축적된 거짓정보는 더욱 굳건하게 잘못된 신뢰를 형성한다.

개인적 기준으로 잘못된 정보가 활용될 때는 단순히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정도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타인과 공감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타고 확산된 정보가 다수의 생각과 의지를 움직일 때는 여론이 된다. 따라서 정보의 진실성은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며, 거짓정보는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의 적이다. 진실이 아닌 정보 중에서 가장 폐해가 큰 것이 가짜뉴스이다. 언론이라는 포장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모든 정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가짜뉴스의 개념정립과 함께 생산자에 대한 처벌강화 그리고 포털과 SNS 운영자들에게 가짜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는 입법이 유럽국가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제어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속담은 가짜뉴스를 단호히 내버리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사실을 가짜뉴스로 몰아서 대응하는 일도 일어난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자신들의 편향적 입장을 반영한 여러 가지 해석도 일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노력은 하겠지만, 결국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을 통해 정보를 필터링하여 진위여부를 밝히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건전한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검증기능이 공적 규제와 포털 및 SNS 운영자의 사적 책임에 더해 작동해야 한다. 주류 언론사들의 적극적 검증보도도 필요하며, 뉴스의 진위여부를 판단해 주는 시민단체의 활동도 활성화 되어야 한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미디어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대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에서 대선후보를 확정하고 나면 더욱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질 것이고 그 와중에 인터넷 공간에서는 출처 없는 거짓정보들이 난무할 것이다. 특히 사실의 검증을 위해 필요한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금번 선거에서는 거짓정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손으로 대표자를 뽑는 일은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따라서 좋은 선택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잘못된 정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야기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짜뉴스가 정말 위험한 것이며 그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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