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내 요인으로 심화됐다”…대중교통 무료 조치 옹호도
서울시가 최근 사흘간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2년 영국 런던 스모그 참사 당시와 유사한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런던 스모그 때처럼 ‘대기 정체’로 인해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바람에 대기 상태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시는 15~18일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대기 오염 물질 유입과 함께 대기 정체가 지속된 상태에서 국내 생성 요인이 심화돼 대기 오염을 악화시켰다”고 19일 밝혔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실측 결과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 성분에선 자동차, 난방 등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에 의해 생성된 질산염이 평상시보다 10배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다. 반면 중국발 미세먼지에 많이 포함되는 황산염의 증가율은 3.6배로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적었다. 미세먼지가 농도가 높아질 때, 대기의 질산염과 황산염 농도는 각각 2.2배 정도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이 기간 동안 대기가 정체된 탓에 국내 발생 요인이 큰 질산염이 공기 중에 계속 쌓여 대기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보연 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번 미세먼지의 많은 부분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런던 스모그 사태 때와 유사한 패턴”이라며 “(서울시 안에서) 몇 십 배 증폭됐다. 최근 보기 드문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의 이번 발표는 미세먼지 유발 성분 중에 국내 요인도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해 초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인 날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조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본부장은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대기 상황에 따라 국내와 국외 요인의 기여도 변화가 심하다”며 “자체적인 비상저감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초미세먼지가 몇 배 더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최근 사흘간 서울 시내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의 최고 수치는 16일 기록한 106㎍/㎥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날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지 않았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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