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바둑 붐이 일고 있다. 필자처럼 바둑을 못 두는 문외한들도 바둑을 통한 사람과 인공지능의 흥미로운 대결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바둑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바둑 중계방송에서 접할 수 있는 상당수의 바둑 용어들이 우리가 평소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사용하고 있는 말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거저 더 얹어준다’는 의미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덤’이라는 말이 바둑에서도 사용되는데, 바둑 대국에서 먼저 두는 흑돌이 유리하게 때문에 나중에 두는 백돌에게 몇 집을 더 주는 일을 ‘덤’이라고 한다. 또한 포석(布石)은 ‘중반전의 싸움에 유리하도록 초반에 돌을 벌여 놓는 일’을 말하는 바둑 용어인데,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있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행동’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석(定石)이라는 말도 바둑에서 ‘예로부터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을 말하는데, 일상적으로 ‘수학의 정석’처럼 ‘어떤 일의 정형화된 순서와 방식’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사활(死活)이라는 말도 ‘돌과 돌이 살고 죽는 싸움’을 총칭하는 바둑 용어인데 일상에서 ‘목숨을 걸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자충수(自充手-자기가 놓은 돌로 자기의 수를 줄여 자멸을 자초하는 수), 악수(惡手-잘못 두는 나쁜 수), 강수(强手-무리함을 무릅쓴 강력한 수), 묘수(妙手-생각해 내기 힘든 좋은 수), 승부수(勝負手-판국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수)도 모두 바둑의 기술에서 온 일상 속 용어들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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