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실험에 이어 위성 발사 계획도 중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3일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우 대표는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공표가 임박한 줄도 모른 채 2일 방북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4차 핵 실험에 이어 위성 발사 계획도 중국에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달 사전 예고 없는 핵 실험으로 중국의 허를 찌른 북한이 이번에는 방북 중국 고위 관리 면전에서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공표한 셈이다.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당초 중국은 우 대표를 파견, 6자회담 재개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복안이었으나 북한의 발표는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 동안 중국이 취해 온 입장도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 실험 후에도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한미일의 강력한 대북 제재 요구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예고하며 중국의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더구나 우 대표의 방북에 맞춰 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은 북한이 중국의 권고도 듣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혹스러운 중국의 표정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와 관련,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이 자제하고 신중하게 행동, 한반도의 긴장을 추가로 끌어올리지 말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중국이 기존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루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은 유관 각방(각국)의 공동 책임”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핵 협상 과정에서 ‘9·19공동성명’, ‘2·13합의’라는 아주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졌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중국이 아닌 다른 이유로 6자회담이 중단됐다”며 “이후 유관국가(미국)가 제재와 압박을 강조했고 북한이 핵 실험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는데다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제안까지 거부, 할 수 없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핵 개발을 하게 됐다는 북한의 논리와 일맥 상통하는 논리이다. 그는 또 “북한이 기어코 위성 발사를 하려 한다면 중국도 제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우 대표가 방북한 날 북한이 위성 발사를 예고한 데에서도 볼 수 있듯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루 대변인의 이야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절대로 난리가 나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등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전쟁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강력한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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