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2차 공천 컷오프
작년 5월 ‘공갈발언’ 논란이 이유
인력풀 적은 상황 컷오프 최소화
당 안팎서는 항의, 구명 움직임도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2차 현역 컷오프(공천배제)에서 최대 관심을 모은 의원은 정청래 의원이었다.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포’로 불리는 당의 간판급 대여 공격수다. 여당 의원들과의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에다 부지런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으로 지지자들과의 친밀도도 높다. 하지만 정 의원은 각종 막말 논란으로 일각에선 자질 시비도 끊이지 않은, 호불호가 분명한 정치인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정 의원을 쳐낸 것은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집토끼보다 우선은 산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날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공보실과 전국의 주요 시당 사무실로 정 의원 컷오프 결정에 대한 당원들과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광주시당의 한 당직자는 “발표 직후 탈당계 수십 장은 물론 항의 전화도 수 백 통이 와서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진성준, 최민희, 김광진 의원 등은 SNS를 통해 당이 정 의원의 컷오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여의도 더민주 당사 앞으로 모여 정청래 컷오프 철회와 구명을 위한 국민 필리버스터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도 안타까운 심정을 남겼다. 표창원 비대위원은 “정 의원은 제게 형제 같은 분이다.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글을 썼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정 의원은 정의롭고 용기 있으며 행동할 줄 아는 바른 사람이었다”며 “지도부의 판단이 말할 수 없이 섭섭하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난 주말 진행된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김종인 대표 바로 옆에 자리를 만들어줄 정도로 정 의원을 각별히 배려했다. 정 의원도 전날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막말 사과문을 올리며 몸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정 의원을 탈락시킨 데는 여러 가지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욕설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막말 구설에 오른 정 의원을 안고 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관계자는 “분명 당의 자산이지만 정 의원에 대한 반대층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최고위에서 당시 주승용 최고위원과 공개적인 말다툼을 벌이던 과정에서 ‘공갈발언’으로 최고위 출석 정지 처분을 받고 146일 만에 복귀하는 등 당내 논란을 일으켰다. ‘당 대포’를 자처했던 까닭에 더민주에 대한 여당의 집중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더민주의 인물 부족도 정 의원을 내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로 거론된다. 김 대표의 당권 접수 후 큰 폭의 현역 물갈이 전망이 나왔지만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이 부족해 물갈이 폭이 적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칼을 썼다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인지도 있는 현역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정 의원을 쳐냄으로써 물갈이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얘기다.
김종인 대표는 “공관위가 국민 눈높이에 따라 했다는 것을 전제로 추인한 것일 뿐 다른 의미나 배경은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컷오프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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