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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대포’ 정청래 아웃… 패권주의 청산 명분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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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대포’ 정청래 아웃… 패권주의 청산 명분 살리기

입력
2016.03.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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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2차 공천 컷오프

작년 5월 ‘공갈발언’ 논란이 이유

인력풀 적은 상황 컷오프 최소화

당 안팎서는 항의, 구명 움직임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총선 응원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총선 응원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발표한 2차 현역 컷오프(공천배제)에서 최대 관심을 모은 의원은 정청래 의원이었다.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포’로 불리는 당의 간판급 대여 공격수다. 여당 의원들과의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 전투력에다 부지런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으로 지지자들과의 친밀도도 높다. 하지만 정 의원은 각종 막말 논란으로 일각에선 자질 시비도 끊이지 않은, 호불호가 분명한 정치인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가 정 의원을 쳐낸 것은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집토끼보다 우선은 산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날 당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공보실과 전국의 주요 시당 사무실로 정 의원 컷오프 결정에 대한 당원들과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광주시당의 한 당직자는 “발표 직후 탈당계 수십 장은 물론 항의 전화도 수 백 통이 와서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고 말했다.

진성준, 최민희, 김광진 의원 등은 SNS를 통해 당이 정 의원의 컷오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여의도 더민주 당사 앞으로 모여 정청래 컷오프 철회와 구명을 위한 국민 필리버스터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도 안타까운 심정을 남겼다. 표창원 비대위원은 “정 의원은 제게 형제 같은 분이다.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글을 썼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정 의원은 정의롭고 용기 있으며 행동할 줄 아는 바른 사람이었다”며 “지도부의 판단이 말할 수 없이 섭섭하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지난 주말 진행된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김종인 대표 바로 옆에 자리를 만들어줄 정도로 정 의원을 각별히 배려했다. 정 의원도 전날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막말 사과문을 올리며 몸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정 의원을 탈락시킨 데는 여러 가지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욕설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막말 구설에 오른 정 의원을 안고 가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관계자는 “분명 당의 자산이지만 정 의원에 대한 반대층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5월 최고위에서 당시 주승용 최고위원과 공개적인 말다툼을 벌이던 과정에서 ‘공갈발언’으로 최고위 출석 정지 처분을 받고 146일 만에 복귀하는 등 당내 논란을 일으켰다. ‘당 대포’를 자처했던 까닭에 더민주에 대한 여당의 집중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더민주의 인물 부족도 정 의원을 내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로 거론된다. 김 대표의 당권 접수 후 큰 폭의 현역 물갈이 전망이 나왔지만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이 부족해 물갈이 폭이 적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칼을 썼다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인지도 있는 현역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은 정 의원을 쳐냄으로써 물갈이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얘기다.

김종인 대표는 “공관위가 국민 눈높이에 따라 했다는 것을 전제로 추인한 것일 뿐 다른 의미나 배경은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컷오프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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